37년 만의 오너 경영 복귀
HD현대그룹에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가 돌아왔습니다.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며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주인 3세 경영이 시작됐는데요, 이로써 1988년 이후 지속된 전문경영인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인사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조선업 재편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에 이루어진 중요한 변화입니다.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되어 내년 3월 주주총회 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며, 그의 공로를 기리는 동시에 새로운 경영 체제로의 원활한 전환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위기 극복의 명장, 권오갑 시대 마무리
권오갑 명예회장은 HD현대에서 '샐러리맨 신화'를 쓴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78년 HD현대중공업 플랜트영업부 사원으로 입사해 48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오른 그는 그룹의 여러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습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HD현대오일뱅크를 재인수하고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흑자 전환을 이끌었죠. 2014년 조선업 불황기에는 HD현대중공업 대표로 나서 급여 전액 반납과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그의 현장 중심 리더십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이러한 접근이 HD현대의 성공적인 재도약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리더십 구축
정기선 신임 회장은 연세대 경제학과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후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습니다. 경영지원실장,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경영 역량을 쌓아왔는데요, 특히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해 선박 유지·보수 사업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성장시킨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그는 지주회사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HD현대 공동 대표로 내정되었고,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도전 과제와 미래 전망
새로운 경영 체제가 맞이할 과제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과의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와 관련해 미국 측의 협력 확대 요구와 중국의 압박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죠. 특히 글로벌 선박 발주 둔화와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합니다. 정 회장에게는 지분율 6.12%를 높이고 부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 상속 문제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HD현대는 조선 부문에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통합을 추진 중인데, 이를 통해 방산 및 특수선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미국 팔란티어와의 협력을 통해 AI 기반 미래 조선소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는 정 회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에서는 이 사업을 HD현대와 한화오션의 '3세 대결'로 주목하며, HD현대가 해양방산 분야에서 상징성이 큰 이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