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 이후 본격화한 로비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미국 정계를 상대로 한 로비 활동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올해 1분기만 약 16억 원에서 26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로비 대상에는 백악관 대통령 비서실과 JD 밴스 부통령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위기 상황에서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읽힙니다. 로비 업체들을 통한 접촉은 상하원은 물론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등 행정부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습니다. 특히 쿠팡을 차별한다는 미국 투자자들의 주장에 따라 조사에 착수한 미 무역대표부도 로비 대상에 포함되며, 사태를 외교적 차원으로 확대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움직임이 엿보입니다.
미국 의회에서 번진 논란
쿠팡의 로비 활동은 미국 의회 내에서 뚜렷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지난달 강경화 주미대사 앞으로 발송된 공화당 의원들의 서한이 대표적인데요, 한국 정부의 법 집행이 미국 기술 기업을 표적으로 한 선택적 조치라며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서한에는 54명의 의원이 서명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쿠팡으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거나 극우 성향을 보이는 인사들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대럴 아이사 의원은 폭스뉴스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과 연계되어 미국 기업을 공격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한 바 있고, 쿠팡으로부터 5천 달러의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서한의 발신인 구성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단순한 기업 옹호를 넘어 특정 정치적 이념과 결합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밴스 부통령이 김민석 총리와의 회동에서 쿠팡 문제를 직접 거론한 점도 쿠팡 측의 로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한미 관계에 던지는 그림자
이번 사태는 한미 동맹 관계에 새로운 감정적 거리를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한국 등 동맹국과의 경제적 관계 강화'를 로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한국 정부의 규제 조치에 대한 견제와 압박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정부는 쿠팡에 대한 모든 조치가 국내법에 따라 기업의 국적과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3370만 건에 이르는 대규모 정보 유출은 국민 전체가 피해를 입은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사법적 대응은 당연한 절차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법적 절차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정치적 언어로 포장되어 외교 현안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하이브 방시혁 의장 수사 시 미국 대사관이 출국금지 해제를 요구했던 사례와 맥을 같이하며, 미국의 내정 간섭 논란을 다시 불러올 소지가 있습니다. 향후 쿠팡 문제는 단순한 기업 규제를 넘어, 한미 간 사법권 존중과 동맹의 건강한 경계를 시험하는 감각적 이슈로 자리잡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