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게 배운 mRNA 보호 전략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 팀이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 337종을 분석해, mRNA 수명을 기존보다 3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습니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셀에 게재되었는데요, 바이러스가 숙주를 감염시킬 때 쓰는 RNA 보호 전략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 핵심입니다.
연구팀은 약 20만 개의 RNA 조각을 합성해 대량 분석한 끝에, 바이러스가 RNA 말단의 폴리에이 꼬리를 지속적으로 보강하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숙주 세포의 효소를 끌어들여 RNA 수명을 연장하는 이런 조절 요소들을 연구팀은 테일론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특히 뱀장어 피코르나바이러스에서 발견한 피티원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작동했습니다.
꼬리를 다시 붙이는 독특한 메커니즘
mRNA는 단백질 생성에 필수적인 설계도 역할을 하지만, 말단의 폴리에이 꼬리가 짧아지면 쉽게 분해됩니다. 바이러스는 이 꼬리를 다시 늘려주는 효소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생존했는데요, 피티원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이 피티원을 일반 선형 mRNA에 적용했더니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폴리에이 꼬리의 아데닌 염기가 기존 60개에서 194개로 늘었고, 세포 내 반감기는 7.6시간에서 23.1시간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제조가 까다로운 원형 RNA에 버금가는 안정성을, 상대적으로 만들기 쉬운 선형 mRNA 형태 그대로 확보한 셈입니다. 생쥐 실험에서도 투여 2주 뒤 단백질 생성 신호가 유지됐습니다.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전기
이번 연구는 단순히 수명을 늘린 데 그치지 않습니다. 단백질 생산량도 기존 선형 mRNA보다 약 5배, 원형 RNA보다는 약 9배 높아졌습니다. 같은 양의 mRNA로 훨씬 오래, 훨씬 많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에 쓰이는 변형 염기 환경에서도 피티원이 정상 작동해 상용화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물론 아직 상용 단계까지 가려면 안전성과 실제 약효의 정비례 관계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제조 용이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분자 도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향후 mRNA 기반 백신과 암, 희귀질환 치료제의 투여 횟수를 줄이고 지속성을 높이는 데 이번 연구가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