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논란, '탈한국 2400명' 통계 진실은 어디에

문M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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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달 전 수정 · 2026년 2월 8일 오후 3:46

발행: 2026년 2월 7일 오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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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의 '고액 자산가 탈한국 2400명' 발표를 두고 정부와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정부는 국세청 통계(연평균 139명)를 근거로 '가짜뉴스'라 규정하며 강력 대응했고, 대한상의는 사과했습니다. 야당은 정부의 과잉 대응을 비판하며 상속세 부담이라는 본질적 문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논란은 정보 신뢰성과 정책 논의의 균형을 고민하게 합니다.

논란의 시작과 정부의 강력 반박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한국을 떠나는 고액 자산가가 연간 2400명에 달한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발표가 정치권과 경제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지난 2월 4일 대한상의가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의 자료를 인용해 내놓은 이 통계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고위 인사들로부터 '고의적 가짜뉴스'라는 강력한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대통령은 SNS를 통해 "사익을 도모하고 정부 정책을 공격하기 위한 가짜뉴스"라며 대한상의에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경고했고, 이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차례로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며 단호한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정부의 반박은 구체적인 숫자로 이어졌습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8일 브리핑을 통해 실제 통계를 공개하며 대한상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는데요.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자산 10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의 연평균 해외 이주 신고 인원은 139명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해외 이주자 중 차지하는 비중도 4.8%로, 대한상의가 주장한 2400명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국세청은 "해외 이주는 세금 문제뿐 아니라 정주 여건, 교육, 의료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하며, 상속세 회피를 위한 이주만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야당과 경제계의 목소리, 그리고 대한상의의 사과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 국민의힘은 비이성적 대처라고 맞섰습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법정단체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다른 생각을 꺼내지도 말라는 엄포"라고 비판했고, 조용술 대변인은 대통령의 극단적 표현을 "틈만 나면 버럭하는 태도"라고 꼬집었습니다. 야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와 경직된 규제가 기업과 자본의 해외 유출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통계 오류를 문제 삼기 전에 정책 자체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자유기업원 최승노 원장은 칼럼을 통해 상속세 개편의 시급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60%에 육박하는 징벌적 상속세가 기업가 정신을 꺾고 자본 유출을 초래하며, 결국 국내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대주주에게는 주가 상승이 오히려 상속세 부담 증가로 이어져 기업 가치 향상 동기를 저해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속세 개편을 '부자 감세'가 아닌 '국가 생존 전략'으로 규정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상의는 결국 입장을 수정했습니다. 최태원 회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외부 통계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인용해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것입니다. 그러나 산업부는 사과와 별개로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 경위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넘어야 할 두 가지 쟁점: 사실 확인과 정책 논의

이번 논란은 단순한 숫자 논쟁을 넘어 두 가지 중요한 쟁점을 드러냈습니다. 첫째는 공식 기관의 정보 생산과 유통 과정에 대한 신뢰 문제입니다. 대한상의처럼 대표적인 경제 단체가 공신력이 의문시되는 외부 자료를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한 것은,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 자체를 흔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강력 대응은 왜곡된 정보가 국민의 판단과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지만, 그 방식이 '가짜뉴스' 규정과 같은 강압적 수사로 이어지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낳고 있습니다.

둘째는 본질적인 정책 논의가 가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통계 자체의 오류 여부와는 별개로, 높은 상속세가 기업 경영과 자산 계승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경제계의 지적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문제입니다.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통계 논란에만 매몰되어 정책 현안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 자체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세청이 제시한 139명이라는 숫자 역시 상속세 영향만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액 자산가의 해외 이동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모든 공론장의 출발점임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정책을 둘러싼 격한 논쟁 속에서도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대화로 나아가는 정치 문화의 중요성 역시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대한상의의 감사 결과와 향후 상속세를 둘러싼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