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던진 최악의 시나리오
한국은행이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둔화를 전제로 내년 반도체 수출이 기존 전망치 6,000억 달러보다 500억~1,000억 달러 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한은은 이 경우 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당초 전망을 크게 밑돌 수 있다고 봤습니다.
AI 투자 둔화는 외환시장에도 부담입니다. 수출과 성장세가 꺾이면 원화 약세 압력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대체 산업이 마땅치 않은 점도 문제입니다.
가격이 이끈 호황, 물량은 뒤따라
2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1,166억3,100만 달러로 독일·일본 합계를 웃돌았고, IMF는 한국을 세계 2위로 예측했습니다. 3분기 반도체 수출금액지수는 전년 대비 223.1% 급등했지만 물량지수는 15.6%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수출 호조를 이끈 힘은 판매량보다 가격 상승에 가까웠다는 뜻입니다.
가격 상승이 꺾이면 경상수지에도 영향이 나타납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약 물량은 확보돼 있지만, 이후 중국의 범용 반도체 생산 확대나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로 가격이 하락하면 흑자 규모가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동차와 배터리, 철강, 조선 등 다른 주력 산업도 중국 공세와 무역 장벽 속에 수출과 수주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독주 뒤에 가려진 균열
반도체 호황은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지만 경제의 취약점도 보여줍니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성장률과 경상수지, 환율이 영향을 받는 구조입니다. 단일 산업 의존도가 높을수록 호황의 끝은 더 크게 체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중심 성장과 AI 확산이 청년 고용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봤습니다. AI 투자 붐이 꺾이는 시점이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반도체 외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는 일이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