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공백 끝에 오른 LH 새 수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8개월간의 수장 공백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성훈 전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는데요. 임기는 2029년 7월까지로, 약 3년간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을 이끌게 됩니다.
이 사장은 1996년 기술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국토교통부에서 부동산개발정책과장과 정책기획관 등을 거쳤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경기도 건설국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국토교통 현안을 직접 조율해 온 만큼, 정부와 LH 간의 소통 창구 역할을 원활히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실 지난해 10월 이한준 전 사장이 퇴임한 뒤 LH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조직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내부 후보 검토 과정에서 인선이 여러 차례 무산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임명으로 정책 실행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인 셈입니다.
공공주택 공급, 선언에서 실행으로
이성훈 사장이 맞닥뜨린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공공주택 공급 확대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고,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를 공급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 중 LH가 담당하는 물량은 55만 6천 가구에 달하는데, 직접 시행해야 하는 물량도 5만 3천 가구나 됩니다.
당장 올해 수도권에서 6만 가구의 착공을 이뤄내야 하고, 비아파트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의 공급 속도를 내는 것도 급선무입니다. 단순히 공급 총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과 수도권 핵심 입지에서 서민과 청년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는 게 관건입니다.
물론 도심 내 토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기존 택지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저활용 부지나 유휴부지, 역세권 복합개발 등 다양한 공급 모델을 발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LH가 국토교통부, 지자체, 금융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사업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조직 개편과 재무 건전성 과제
LH의 내부 쇄신 작업도 피해 갈 수 없는 과제입니다. 정부는 LH의 비대한 기능을 개발 조직과 임대·자산 관리 조직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민·관 합동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대로 토지주택개발공사와 비축공사로 분사하는 개편안이 유력한데요. 이를 통해 공공주택 공급은 확대하면서도 막대한 재무 부담은 줄이려는 취지입니다.
현재 LH는 대규모 공사 및 용역 발주와 함께 부채 관리라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공공성과 사업성의 균형을 맞춘 지속 가능한 공급 모델을 구축하지 못하면, 어느 한쪽에서 위기가 옮겨올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 저항이 예상되는 구조조정 작업을 정무적으로 마무리할 역량이 이 사장에게 요구됩니다.
반대로 이번 인사가 정책의 실행 의지만 보여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발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착공과 입주라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서민과 청년층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LH 새 체제의 성공 여부는 결국 현장에서 결정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