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올린 승부수
정부가 14일 국무회의에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3%로 끌어올렸다. 5년 만의 3%대 복귀다.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있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이 1,92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2.6% 급증했고, 가격도 163% 이상 뛰며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정부는 이를 발판 삼아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국민소득 5만 달러'라는 3·4·5 비전을 제시했다. 명목 GDP 성장률은 12.3%로 1996년 이후 최고, 경상수지 흑자는 2,900억 달러로 사상 최대가 예상된다. 성공의 열쇠는 반도체 호황을 다른 산업과 지역으로 확산시키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K양극화, 성장의 그늘
하지만 숫자만큼 체감은 선명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취업자 증가 폭 전망을 오히려 15만 명으로 낮췄다. AI 도입 확대와 내수 부진으로 5월 청년 고용률은 전년 대비 2.4%포인트 떨어진 43.8%를 기록했고, 반도체 외 경제성장률은 저조합니다.
호남권 지역내총생산은 보합에 머물렀고 수도권과 충청권만 성장하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일부 지역과 계층에 집중되면서 성장과 배분이 분리되는 모순이 깊어지고 있는 거죠. 6월 컴퓨터 물가는 22.2% 급등했고, 환율 1,500원 돌파로 수입물가 부담도 커졌습니다. 정부는 중동 전쟁 영향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을 2.1%에서 2.6%로 올렸습니다.
1,400조 자산 개편과 세제 대수술
정부는 반도체 초과세수와 신규 재원으로 양극화 해법에 나섰습니다. 한국투자공사(KIC) 안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국부펀드 기능을 강화하고, 테마섹식 별도 법인 대신 기존 조직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6,000억 원 규모의 국민 참여형 성장펀드도 조성합니다.
1,400조 원 규모의 국가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가자산기본법' 제정도 추진합니다. 1950년 국유재산법 체계에서 벗어나 가상자산과 지식재산까지 포괄하는 'K-Asset' 체계로 전환하는 게 골자입니다. 세제 쪽에서는 80조 원 규모의 비과세·감면 대수술을 단행해 가업상속공제 '꼼수' 상속을 차단합니다.
청년 대책으로 2030년까지 첨단산업 전문인력 20만 명을 양성하고, 20만 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도 포함됐습니다. '5극 3특' 권역별 성장엔진과 지방 우대 세제 패키지로 지역 균형발전도 도모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의존 구조를 다변화하지 않으면 호황 끝과 함께 위기가 온다'라며 1,350조 원 메가 프로젝트의 실효성과 양극화 해소 속도가 관건이라고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