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사이에 신고가를 갈아치운 집값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전세가가 하루 만에 1천만 원 이상 뛰었습니다. 길음래미안1차 전용 59㎡ 매물이 6억 2천만 원에서 6억 3천만 원으로 거래된 지 불과 하루 만에, 같은 단지의 다른 매물 호가가 6억 5천만 원으로 올라선 겁니다. 이처럼 전셋값이 일상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은 이제 서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관악드림타운의 경우도 2월 4억 원에서 현재 5억 5천만 원 안팎으로 1억 원 이상 올랐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은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이제 빌라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며, 수도권 전셋값은 2년 만에 최고 상승세를 기록했죠. 문제의 근원은 명확합니다.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는 꾸준한데, 시중에 나와 있는 매물 자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겁니다.
매물은 사라지고, 가격은 치솟는 구조
숫자로 보면 더 극명합니다. 지난 1년 사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45.4%나 감소해 약 1만 5천 건 정도만 남았습니다. 성북구는 무려 88.6%가 줄어들었고, 8월 수도권 전세물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찍었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실제 입주 가능한 신축 물량 부족,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공급 자체가 뚝 끊긴 셈이에요.
이런 공급 부족은 가격에 직결됩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미 62주 연속 상승 중이며, 흥미로운 점은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웃돌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지난 3월에 나타난 이 현상은 1년 5개월 만에 처음인데, 이는 전세 시장의 열기가 매매 시장보다 더 뜨겁다는 반증이겠죠.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가격 상승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가 선택한 '묵시적 갱신'
매물이 없으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미 계약한 집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률의 급감이에요. 이 권리를 쓰면 임차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할 수 있지만, 최근 세입자들은 오히려 이 권리를 쓰지 않고 보증금을 미리 올리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4월 갱신권 사용 비율은 40% 미만으로 떨어졌죠. 가격이 더 오를까 봐 조용히 기존 계약을 유지하거나, 오를 보증금을 미리 인상해 계약을 연장하는 거예요.
반대로 집주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금리 인상 등으로 추가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워지면서, 안정적인 기존 세입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양측이 합의해 갱신권 없이 보증금만 조정하며 묵시적으로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어요. 결국 시장의 불안이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를 보수적으로 만들고, 이는 다시 공식 매물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부가 전세 사기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라는 근본적인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공급 확대와 임대시장 안정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