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일주일이 지나도 이어지는 비극
네팔을 덮친 대홍수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참혹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고 실종자는 4,400여 명에 달하는데요. 특히 한국인 9명이 연락이 끊긴 채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어 우리 정부도 초비상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소방청과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 등 44명으로 구성된 해외긴급구호대가 현지에 도착했습니다. 공군 군수송기를 통해 카트만두에 내린 구호대는 구조견 5마리와 고해상도 드론, 열화상 탐지기, 수중 펌프 등을 동원해 본격적인 수색에 나섰습니다. 우선 열흘간의 일정으로 실종자가 머물렀을 것으로 보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입니다. 앞서 파견된 신속대응팀이 지상 수색을 벌였으나 아직 유의미한 성과는 없는 상태입니다.
터널 안에서 벌어지는 사투
가장 큰 관심은 수력발전소 터널에 고립된 수백 명의 노동자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600여 명이 여전히 갇혀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토사와 암석이 가득 쌓여 구조가 극도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구조대원들은 진흙 속에서 포복 자세로 기어가거나 벽에 박은 고리와 밧줄에 의지해 겨우 몇 미터씩 전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이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진 어퍼 트리슐리-1 발전소는 내부가 절반 이상 침수된 상태라 생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라수와가디 발전소에서는 터널 진입에 성공했으나 고립 추정 지점 불과 7미터 앞에서 길이 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네팔군과 중국, 인도 구조팀이 터널 전문 인력을 투입해 암석 파쇄와 배수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희망도 있었습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60시간 가까이 갇혀 있던 6살 아이가 기적적으로 구조되어 부모와 재회했는데요. 하지만 고립된 지 일주일이 넘은 만큼 식수와 식량이 끊긴 생존자들의 체력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2차 재난의 그림자와 국제사회의 과제
물에 잠긴 도시에서는 이제 전염병과 의료 붕괴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하수도 시설이 유실되면서 깨끗한 식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고, 수십 명이 임시 화장실 하나를 써야 하는 열악한 위생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발열과 설사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2차 재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신 처리 문제도 심각합니다. 신원 확인이 어려운 채 하루에 100구씩 쌓이는 시신들은 DNA 정보만 채취한 뒤 임시 공동묘지에 집단 매장되고 있는데요. 네팔 정부는 국제사회에 냉동고와 DNA 분석 장비 지원을 긴급 요청한 상태입니다. 거리 벽면에는 실종된 가족을 찾는 안타까운 사연이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
네팔 정부는 이번 재난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규정하고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에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도 긴급구호대응단을 현지에 보내 물자 배포와 복구 계획 수립에 나섰고, 11월까지 성금 모금을 통해 지원을 이어갈 방침입니다. 다만 여전히 실종자 가족들이 거리에 붙인 전단지가 쌓여만 가는 현실 앞에서 네팔의 고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