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들의 100억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홀딩스의 직원 약 600명이 1인당 평균 10억 엔(약 100억 원)에 달하는 스톡옵션 평가이익을 거두며 화제입니다. 일본 증시에서 일반 직장인이 이 정도 규모의 자산가가 된 사례는 거의 전례가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24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공모가는 주당 1,455엔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주가는 급등했고, 5월에는 연중 최고가인 11만 2,700엔까지 치솟았습니다. 시가총액은 약 7,900억 엔에 달했고, 키옥시아는 도요타를 제치고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초기 부여된 700만 주의 미실현 평가이익만 7,780억 엔에 이를 만큼, 직원 한 명당 자산 가치가 10억 엔을 넘어선 셈입니다.
베인캐피털이 내린 파격적 결정
키옥시아는 과거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에서 출발했습니다. 도시바가 원전 사업 부실과 회계 문제로 경영난을 겪자 2018년,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하고 SK하이닉스도 참여한 한·미·일 컨소시엄이 약 20조 원을 들여 인수했습니다.
이후의 결정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베인캐피털은 통상적인 사모펀드의 관행을 깨고, 경영진이 아닌 부장과 과장급 실무 관리자 약 600명에게 총 700만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습니다. 미국 본사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일본 투자팀이 현장 인력의 사기가 곧 기업 가치라는 판단을 관철한 결과였습니다. 기업 가치 상승의 과실을 투자자가 아닌 직원과 함께 나누는 자본이익 공유 구조가 AI 시대의 새로운 보상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일본기업 보수적 문화의 균열
이 같은 흐름은 일본 안에서만 머물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1인당 6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고, SK하이닉스 역시 평균 성과급이 6억 원을 웃돌 전망입니다. TSMC는 순이익의 약 12%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키옥시아의 최근 주주총회에서도 한국·대만 사례가 핵심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주주들은 글로벌 수준의 보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핵심 인재가 유출된다고 경고했고, 영업이익의 약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쓸 경우 직원 1인당 약 5,000만 엔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나왔습니다. 연공서열 중심의 보수적 임금 문화는 여전히 장벽이지만, 이번 사례가 일본 반도체 업계 전반에 변화 압력을 높이는 신호탄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