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식 시작된 화재 현장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난 대형 화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정밀 합동감식이 3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됐습니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2지구를 중심으로 잿더미를 파내며 최초 발화 지점을 7가구 안팎으로 좁혀가고 있는데요. 지난 27일 오후 3시 50분쯤 시작된 불은 강풍을 타고 1지구와 3지구, 7지구로 번졌고 약 13시간 만에 진화됐습니다.
당국 집계로는 91가구 127명이 피해를 입었고 30대 여성 1명이 다리를 다쳤습니다. 2만8천 제곱미터가량이 소실됐으며 70가구 111명은 개포중과 구룡중 체육관, 임시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보도에서는 77가구가 거처를 잃었다고 전해 피해 집계가 조금씩 엇갈립니다. 좁은 골목과 부족한 소화전, 가연성 자재가 겹치며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주 갈등과 재개발
구룡마을은 1970~80년대 철거민이 모여든 무허가 판자촌입니다. 2026년 10월 기준 전체 1,107세대 가운데 950세대가 이주했고, 화재 전까지 169세대가 이주를 거부했습니다. 현재는 157세대가 남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서울시와 SH는 전액 임대 보증금 면제와 월 임대료 60% 감면 등 이른바 공짜 임대를 제안했지만 주민들은 지역주택조합 설립, 이주자 택지 공급,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를 요구해 왔습니다.
SH는 무허가 건축물이라 대지 소유권이 없고, 이주자 택지는 1989년 1월 24일 이전에 지은 건축물에만 적용된다는 점 등을 들어 세 가지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주민들은 재개발 이후 살 곳과 재산권 보장이 빠졌다며 반발합니다. 재개발 일정과 주민 재산권을 둘러싼 갈등은 화재 전부터 이어져 온 문제입니다.
드러난 안전 사각지대
이번 화재는 고밀도 판자촌의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냈습니다. 가연성 자재로 지은 가건물이 밀집했고 골목이 좁아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으며, 소화전이 부족해 초기 진화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강남구는 행정안전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하고 전소 지역을 뺀 구역의 전기와 상수도를 긴급 복구할 계획입니다. 국토교통부는 LH 임대주택을 최대 2년간 무상 지원하기로 했고, 서울시와 강남구, SH는 추가 임시주거 방안을 협의 중입니다.
재개발은 3,8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을 목표로 내년 착공, 2031년 입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주 거부가 이어지면 일정이 늦춰질 수 있습니다. 사실 주민들이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집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보상에 대한 기대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화재 원인 규명과 함께 소방시설과 피난 동선, 비상급수체계를 어떻게 보완할지가 남은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