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원이 2천 비트코인으로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전무후무한 대규모 오지급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6일 저녁, 빗썸은 자체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지급할 보상금 2,000원을, 실수로 비트코인 2,000개로 입력하는 치명적인 전산 오류를 냈습니다. 이로 인해 총 62만 개의 비트코인이 잘못 지급되었고,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약 60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죠. 일부 이용자들이 이 코인을 즉시 매도하면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이 순간적으로 폭락하는 등 시장에 큰 혼란이 일었습니다. 빗썸은 약 20분 만에 사고를 인지하고 고객 거래와 출금을 전면 차단했으며, 오지급된 비트코인의 99.7%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장에 유출된 130억 원 상당의 자산은 여전히 회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장부에만 존재했던 '유령 코인'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금액의 오지급이 가능했을까요? 그 핵심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운영 방식인 ‘장부 거래’에 있습니다. 많은 거래소는 거래 속도와 편의성을 위해 고객의 자산을 실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록하지 않고, 자체 내부 장부에 숫자만 기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실제 코인의 이동 없이 거래소 컴퓨터 시스템 안에서만 숫자가 옮겨지는 거죠. 이번 사고는 직원이 단위를 잘못 입력했을 때, 실제 보유량을 초과하는 ‘유령 코인’이 장부상에서 생성되고 유통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고, 이는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태를 연상시킵니다.
사고 직후 금융당국은 즉각 움직였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긴급 대응반을 꾸리고 빗썸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했습니다. 당국은 이번 사태를 가상자산 시장의 취약성이 노출된 심각한 사례로 보고, 빗썸 뿐만 아니라 다른 거래소들의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번 사고를 “실제 자산 이동 없이 장부 숫자만 오가는 것은 무차입 공매도와 다를 바 없는 시장 교란 행위” 라고 강하게 규정했습니다.
보상과 규제 강화, 그리고 남은 과제
빗썸은 사과와 함께 본격적인 보상안을 내놓았습니다. 사고 당시 시세 급락으로 인해 불리한 가격에 매도한 ‘패닉셀’ 고객들에게는 매도 차액 전액에 추가로 10%를 더해 총 110%를 보상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사고 시간대 접속한 모든 이용자에게 2만 원을 지급하고, 7일간 거래 수수료를 면제하는 조치도 발표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자산 검증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1,000억 원 규모의 상설 ‘고객 보호 펀드’를 조성할 예정입니다.
이번 사건은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기존 논의가 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거래소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엄격히 규율하는 ‘규제’ 기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이 선결과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60조 원이라는 경악할 금액의 오지급 사고는, 아직 성장 중인 가상자산 시장이 넘어야 할 시스템과 규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