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과에도 불붙는 '부정선거' 공방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10년간 투표자 수 오입력과 임의 수정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선관위는 해당 오류가 선거 통계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개표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문제는 이 사과가 정치권의 '부정선거' 공방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강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투표율 오입력과 득표수 조작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이를 심각한 관리 부실로 규정하면서도, 근거 없는 조작설은 오세훈 시장과 현직 의원들의 당선마저 가짜로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경계했습니다.
반면 나경원 의원은 부실이 쌓이면 곧 부정이 될 수 있다며 조작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맞받았습니다. 나 의원은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으로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는 것이 마땅한데, 위원장이 미리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는 태도는 직무 포기라고 비판했습니다.
'단순 실수'와 '조작' 사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 논란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설명했습니다. 그는 투표율 오입력의 주체가 선관위가 아닌 지자체 공무원들이라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현장 인력 대부분이 단기 교육을 받은 인원들이었고, 이들이 전화로 불러준 투표율을 수기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대표는 사전투표의 경우 주민등록증 확인 후 통합선거인명부를 통해 자동 집계되는 전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오입력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본투표의 행정적 허술함을 '부정선거'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는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수사본부는 공전자기록 위작 및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를 압수수색했으며, 노태악 전 위원장을 포함한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범수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10년간 자체 감사나 처벌을 단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절차적 허술함이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거 신뢰 회복의 과제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기존 수사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특검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117곳에서 투표자 수가 허위로 입력된 정황을 지적하며, 선관위의 책임 회피성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성일종 의원 역시 단순 재검표를 넘어 서버 신뢰도와 해킹 여부까지 특검을 통해 전면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특정 시간대의 잠정 집계 오류가 최종 개표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선관위의 해명과, 국민들이 요구하는 투명성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선거는 절차의 정당성이 결과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제도입니다. 선관위가 재발 방지를 약속한 만큼,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함께 수사 과정에서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 오류'와 '조작' 사이의 갈등은 향후 모든 선거 이후 반복되는 불신의 골짜기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