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20분 전, 마지막 출동
지난 10월 16일 오전 8시 38분,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금속사출 도장업체 공장 3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신고를 받고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김진석 소방위였는데요.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20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그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진압에 나섰다가 급격히 번진 불길에 고립됐고,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다음 날 새벽 0시 55분 숨을 거뒀습니다. 함께 출동한 소방관 8명과 공장 관계자 2명도 다쳤습니다.
고인은 2014년 임용된 12년 차 베테랑이었습니다. 심정지 환자를 구해낸 공로로 하트세이버 인증을 받았고, 올해 1월에도 모범 소방공무원 표창을 받았습니다. 화재는 2시간 28분 만에 꺼졌지만, 그의 마지막 출동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영정 앞에 놓인 손편지
빈소에는 초등 입학을 앞둔 어린 딸의 손편지가 놓였습니다. '그리운 아빠'로 시작하는 편지에는 "아빠가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걸 알아요. 꼭 다시 만나요"라는 문장이 담겼고, 끝에는 빨간 하트와 119 소방차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딸은 아빠와 함께 잡은 메뚜기 상자도 가져왔습니다.
전국의 소방관과 시민들이 조문 행렬을 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명록에 "님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적었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빈소를 찾았습니다. 유가족은 조문 온 경기지사에게 "살아 있을 때 잘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고인에게 1계급 특별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고, 장례는 경기도청장으로 치러져 19일 영결식 뒤 서울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남은 질문, 안전은 누구 몫인가
경찰은 33명 수사전담팀을 꾸려 공장 대표 70대 A씨를 업무상 과실치상·실화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감식 결과 공장에는 방폭 설비가 없었고, 시너 세척 과정의 유증기가 정전기나 마찰열로 발화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집니다. 위험물 관리 실태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검토 대상입니다.
최근 7년간 순직 소방관은 28명, 올해만 네 번째입니다. 소방은 2020년 국가직으로 바뀌었지만 예산 비중은 2021년 14.9%에서 2025년 10.7%로 줄었고, 지역별 처우 격차는 최대 10배까지 벌어졌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경기지사가 소방 예산을 두고 '빨대'라는 표현을 쓴 것이 논란이 되자, 민주당 경기도당은 긴급 회의를 열어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김민석 대표는 조문에서 "국가의 일을 하는 입장에서 죄인 같다"고 말했습니다. 구호가 반복되는 사이 또 한 명의 이름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