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제친 증권사의 실적 잔치
올해 2분기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 밖의 성적표를 내놓았습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조 9천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초로 두 분기 연속 순이익 1조 원을 돌파했는데요.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3조 원에 육박해 주요 시중은행의 실적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번 실적의 견인차는 스페이스X 관련 평가이익이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에만 투자목적자산 평가손익 1조 6천억 원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스페이스X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덕분에 신한금융, KB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수익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본업의 회복세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위탁매매 수수료는 주식 거래대금 확대로 최대치를 경신했고,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부문도 꾸준한 개선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전년 대비 474% 급증하며 글로벌 사업의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스페이스X '잭팟'과 변동성 딜레마
역대급 실적에도 증권가의 목소리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 주가 변동성이 향후 실적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6월 말 이후 주가가 약 20% 하락하면서 3분기 평가손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데요. 주가가 1달러만 움직여도 평가손익은 290억 원씩 출렁이는 구조라 하반기 전망이 안갯속입니다.
이에 따라 여러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KB증권은 7만 1천원에서 4만 3천원으로, SK증권은 5만 1천원에서 4만 2천원으로 낮췄는데요. 반면 다올투자증권은 6만 3천원, NH투자증권은 7만 원을 제시하며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낮추면서도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는 등 기초 체력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변동성 축소를 위해 일부 자산을 FVOCI로 재분류하거나 헤지 전략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스페이스X 공모주 미배정 사태와 관련해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라 규제 리스크도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예적금 시장까지 넘보는 판도 변화
미래에셋증권의 약진은 국내 금융판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예적금 시장을 본격적으로 잠식하며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IMA 사업자 3곳이 출시한 지 얼마 안 돼 3조 6천억 원의 시중 자금을 끌어모은 사실은 이러한 추세를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증권사들의 위상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올해 상반기 5대 증권사의 순이익은 7조 8천억 원에 달했고, 국내 증권사 전체의 2분기 순이익은 6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이는 은행권 못지않은 수준으로, 이제 증권사는 단순한 중개자가 아닌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홍콩과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글로벌 MTS 플랫폼을 구축하며 수출기업형 금융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팽창이 안정적인 수익 기반과 결합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