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 이어 홍해까지 막히나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남쪽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핵심 요충지를 잇따라 장악하며 중동의 에너지 수송망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후티 반군은 지난 10일 전략 항구도시 모카를 점령한 데 이어 페림섬과 두밥까지 확보하며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쥐었는데요. 이로 인해 이미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위협받는 이른바 이중 병목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홍해는 호르무즈가 막힌 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를 수출하는 거의 유일한 대체 통로였습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이 해협 중심부를 장악하면서 이 마저도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에 놓였습니다.
후티 대변인은 사우디 선박을 제외한 다른 선박의 항행은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해당 해역을 지나는 상선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우회로마저 끊기다
상황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부 유전지대와 홍해 연안 얀부항을 잇는 동서 파이프라인이 이번에 드론 공격을 받아 잠정 운영이 중단되었습니다.
이 파이프라인은 하루 최대 500만 배럴의 원유를 옮길 수 있는 핵심 시설인데요. 호르무즈 봉쇄 이후 사우디가 의존하던 마지막 육상 대체 수송로가 일시적으로 마비된 것입니다.
이번 후티 반군의 급격한 진격 뒤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과거와 달리 이란이 직접 현지에서 작전을 총괄하는 이른바 그림자 지휘 방식으로 대리전을 진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군사 개입을 요청했으나 두 차례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은 호르무즈 방어에 전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추가 개입을 피하고 있어 동맹의 억지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세계 경제가 떠는 이유
중동의 양대 수송로가 동시에 위협받으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있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달러까지 오른 데 이어 미국 내 평균 경유값은 갤런당 6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IEA 역시 올해 전 세계 석유 공급 전망을 하루 평균 570만 배럴 하향 조정하며 시장의 불안을 공식화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8월 원유 공급량은 3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봉쇄 이후 사우디 얀부항에서 원유를 들여오던 항로가 막히면서 정유사들은 수에즈운하와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치는 초장거리 우회 항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 경우 운송 기간이 기존 24일에서 54일로 두 배 이상 늘어나며 용선료와 보험료 부담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의 장기화가 단순한 유가 문제를 넘어 글로벌 물류 대란과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