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6만 명이 몰린 국경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맞닿은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에 지난 7월 말, 하루 사이 수만 명의 인파가 밀려들면서 유럽 전역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도시 인구의 70%에 달하는 약 6만 명이 바다를 헤엄치고 방파제를 넘어 무단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57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를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라고 규정하며 군과 경찰을 급파해 질서 회복에 나섰는데요. 다행히 대부분인 약 4만 8천 명은 자발적으로 모로코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수천 명이 노숙하며 불안정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원 판결과 모로코의 복잡한 심기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6월 스페인 대법원이 내려진 판결입니다. 법원은 해상으로 세우타나 멜리야에 진입한 이주민을 즉각 본국으로 송환할 수 없다고 결정했는데요.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이 내용을 왜곡해서 소셜 미디어에 퍼뜨리자, 입국 가능성이 열렸다고 믿은 이주민들이 무더기로 이동한 겁니다. 스페인 정부도 이러한 점을 인정하면서 브로커 조직의 공작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사실 단순한 정보 유통 오류로만 설명하기엔 규모가 너무 큽니다. 평소 엄격했던 모로코 국경수비대가 이번에는 유독 눈을 감았다는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모로코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하루 만에 6만 명이 국경을 넘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스페인이 최근 알제리와 협력을 강화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모로코가 2021년 서사하라 관련 갈등 때처럼 국경 통제를 의도적으로 완화한 것 아니냐는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모로코는 세우타와 멜리야에 대한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이번 사태가 외교적 압박 카드로 활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유럽을 뒤흔든 파문과 트럼프의 메시지
사태는 금세 스페인을 넘어 유럽 전체의 안보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스페인을 솅겐 조약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탈리아는 스페인과의 항공·해상 국경 통제를 재도입했습니다. 프랑스 역시 스페인 접경 검문을 대폭 강화했으며, EU 집행위원회도 국경 통제 강화를 촉구하며 프론텍스 지원을 제안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번 사태는 정치적 화약이 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우타 상황을 재앙이자 침략이라고 규정하며, 공화당이 집권하지 못하면 미국에서도 이보다 훨씬 심각한 국경 대혼란이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JD 밴스 부통령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급진 좌파 세계주의 정책의 결과라며 공세를 펼쳤는데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스페인 내에서도 산체스 정부의 친이주 정책을 비판하는 보수 야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세우타 사태는 당분간 유럽의 국경 정책과 이민 논쟁을 계속 뜨겁게 달굴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