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삼킨 이란 경제
이란 경제가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란 통계청이 발표한 2026년 1분기(3월 21일~6월 20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이 본격화한 시기와 정확히 겹치는 두 자릿수 역성장입니다.
가장 큰 충격은 에너지 부문에서 나왔습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26.4% 급감하면서 국가 재정의 핵심인 수출 수익이 사실상 끊겼습니다. 산업과 광업도 14.7% 줄었고 서비스업은 4.8% 감소한 반면, 농업만 2.3% 성장하며 부분적인 완충 역할을 했습니다. 석유 부문을 제외한 GDP도 4.6% 감소해, 원유 산업 붕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전방위적 위축이 나타났습니다.
2018년 제재와 견줄 충격
이번 성장률은 과거 제재 국면과 비교됩니다. 2018년 4분기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를 탈퇴한 직후 기록한 -11.0%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전쟁이 수년간의 경제 제재와 맞먹는 타격을 준 셈입니다.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있습니다. 이란은 공습 이후 해협을 봉쇄했고, 이는 국제 유가 급등과 중동 전역의 분쟁 확산으로 이어졌습니다. 미국의 해상 봉쇄와 강화된 제재가 겹치면서 원유 수출길이 막혔습니다. 다만 군수 산업과 밀수 무역이 공식 지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십 년간 제재를 우회해 온 이란 특유의 '저항 경제'가 이번 충격을 얼마나 견딜지가 관건입니다.
전쟁이 밀어낸 인재들
경제 충격은 인재 유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란 유학생 수는 2010년대 말 6만 명에서 2025년 12만 명으로 두 배 늘었는데요. 이란이주관측소에 따르면 유학생 가운데 이란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1%에 불과합니다.
전쟁과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이 이민을 가속한 가운데 중국이 적극적으로 인재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비자 절차를 단순화하고 장학금과 학비, 생활비까지 지원합니다. 한 이란 의대생은 매달 2,500위안(약 52만원)을 받으며 "전쟁과 인플레이션 때문에 중국으로 이주했다"고 전했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일반 허가 G'를 폐지하면서 토플과 GRE 시험을 이란 내에서 치를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경제 붕괴와 인재 유출이 겹치면서 이란의 회복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