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를 찬 채 대선에 나설까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유럽의회 자금 유용 혐의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으며 내년 대선 출마의 법적 자격을 되찾았습니다. 파리고등법원은 징역 3년과 벌금 10만 유로, 피선거권 박탈 45개월을 선고했는데요. 다만 징역 2년은 집행유예로 처리하고 나머지 1년은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가택에 머물도록 했습니다. 재판부가 피선거권 박탈 기간 중 30개월을 유예하고, 이미 지난해 3월 1심 선고 이후 15개월이 경과한 점을 고려하면 르펜 의원은 법적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실제 출마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르펜 의원은 과거 전자발찌를 차고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후보로서의 위신을 손상시키는 일이라며 출마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언했기 때문입니다. 1년간 집에 발찌를 차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대선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을지는 르펜 의원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습니다.
국채금리가 먼저 반응한 이유
법원 판결 이후 프랑스 국채금리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7일 오전 기준 10년물은 3.6662%로 4.51bp 올랐고, 5년물과 30년물도 각각 5.08bp, 3.68bp 상승했는데요. 시장은 르펜 의원이 집권할 경우 공공 서비스 확대 등 정부 지출을 늘려 재정 적자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채 매도세가 불거진 것이죠.
사실 프랑스의 재정 상태는 이미 위태로운 편입니다. 르펜이 노동자 계층을 겨냥한 복지 확대를 내세울 경우 국가 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유럽의회 보좌진을 허위로 등록해 보조금을 받아낸 뒤 당 운영비로 쓴 혐의에서 시작되었고, 르펜이 유용한 금액은 47만 4천 유로로 인정되었습니다.
출마를 포기할 경우 후계 구도는
만약 르펜 의원이 전자발찌 조건을 이유로 출마를 포기한다면, 정치적 후계자인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바르델라는 젊은 세대와 노동자층에서 인기가 높지만 정치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경우 프랑스 대선 구도는 르펜 중심에서 바르델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습니다.
물론 르펜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합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르펜은 3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다른 주요 후보들을 앞서고 있는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11년 넘게 이어진 범행의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르펜이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1심보다 형을 크게 줄였습니다. 르펜이 최고법원에 상고해 형 확정 시점을 늦출 가능성도 남아 있어, 향후 프랑스 정치권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