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의 최고 금리, 한 달 만에 숨 고르기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1%로 동결했습니다. 지난 6월에 0.75%에서 1%로 인상한 뒤 한 달 만에 내린 결정인데요. 이로써 일본의 기준금리는 1995년 9월 이후 약 31년 만의 최고 수준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위원 9명 가운데 8명이 동결에 찬성했고, 다카타 하지메 위원만이 물가 상승 위험을 이유로 1.25% 인상을 주장했습니다.
이번 동결은 지난달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살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시장에서도 이번 회의에서 금리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요. 일본은행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나 구마모토현 강진 피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 상방 경계하며 인상 속도 높일 수도
금리는 동결했지만,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은 결코 완화적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금융 여건이 완화적이라고 판단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는데요. 이른바 매파적인 동결입니다.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유가가 오르고, AI 수요 확대로 반도체와 IT 제품 가격이 상승할 경우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물가가 예상보다 더 빨리 오를 경우 정책 대응을 늦추면 나중에 더 급격한 금리 인상과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1년 넘게 이어진 엔화 약세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어 통화정책 결정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환율 자체를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주의 깊게 살피겠다고 밝혔습니다.
AI 수요에 경기 전망은 밝지만 엔저·유가는 변수
일본은행은 이번에 경제 전망을 소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2026회계연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0.6%로, 2027년은 0.8%로 각각 0.1%포인트 높였는데요. 글로벌 AI 관련 투자 확대와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경기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물가 전망은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전기·가스요금 보조금을 연장하면서 올해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은 2.5%로 하향됐는데요. 문제는 보조금 효과가 사라지는 내년입니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로 오히려 올려 잡혔고, 이는 목표치인 2%를 상회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엔저 현상으로 인한 수입 물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일본은행은 경기 회복세를 반기면서도 물가 상방 압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