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교환사채 발행 철회
태광산업이 약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을 전면 철회했습니다. 지난 6월 이사회에서 신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을 결정한 지 약 5개월 만에 내린 결정인데요, 주가 급락과 정부의 자사주 소각 정책 기조,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태광산업은 주주 가치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주가 하락과 정책 변화가 만든 전환점
태광산업이 교환사채 발행을 추진했던 배경에는 석유화학 사업의 구조적 불황이 있었습니다. 2018년 3조원을 넘었던 매출이 2022년 2조 2122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22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었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2891억원에 달하는 등 실적 악화가 지속되자 사업 구조 재편이 시급한 상황이었죠. 당초 교환사채 발행은 1조 5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호텔과 화학 기업 인수 등 다각화 전략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발행 결정 이후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조달 비용이 증가했고, 발행 조건 재조정 협의가 지연되는 등 시장 환경이 악화되었습니다. 더욱이 정부의 자사주 소각 법제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자금 조달 방식이라는 비판까지 더해졌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자금 사용 목적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하며 정정명령을 부가한 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주 반발과 경영권 논란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교환사채 발행에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 이사들의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교환사채 구조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죠.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7배에 불과해 주주 가치가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태광산업은 결국 발행 철회 결정을 내렸고, 트러스톤도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며 경영진의 사업 구조 재편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이처럼 주주와의 갈등이 최소화되면서 시장 신뢰 회복의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태광산업은 교환사채 발행 철회와 별개로 중장기 투자 계획은 지속 추진할 방침입니다. 애경산업과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 인수를 비롯해 부동산, 조선업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인데요, 문제는 자금 조달입니다. 교환사채 발행이 무산되면서 내년 상반기 예비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이에 태광산업은 외부 차입 등 대체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며,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러스톤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은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함께 이익 배분, 신사업 이익 공유 방안 등 주주정책 로드맵을 조속히 발표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석유화학 업종의 구조적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태광산업의 생존을 위한 사업 다각화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