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상인회의 갈등
광장시장에서 노점상의 바가지 논란이 일반 점포 상인들의 3억 원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지면서 전통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한 유튜버가 공개한 '순대 9조각에 7천 원' 영상이 촉매제가 되었는데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논란을 넘어 시장 내 이해관계자들 간의 오랜 갈등이 폭발한 결과로 보입니다.
광장시장은 '광장시장'과 '광장전통시장' 두 구역으로 나뉘어 각각 별도의 상인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반 점포 200여 곳은 광장시장총상인회에, 250여 개 노점상은 광장전통시장총상인회에 소속되어 있죠. 문제는 명칭이 비슷해 소비자들이 두 상인회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바가지 논란이 터질 때마다 항의 전화는 대부분 일반 점포 상인회로 집중되고, 이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다
이번 소송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달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의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에서는 순대 가격을 부풀리고, 주문하지도 않은 고기를 섞어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노점상의 모습이 담겼는데요. 해당 노점상은 영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았지만, 논란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일반 점포 상인들은 "매출이 60-70%까지 떨어졌다"고 호소합니다. 육회 전문점 관계자는 "주말이면 200석이 꽉 차던 매장이 예약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전통공예품 가게와 강정 판매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 손님이 줄면 외국인 관광객까지 발길이 끊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죠.
3억 원 소송의 쟁점
광장시장총상인회는 지난주 노점상인회를 상대로 3억 원대 손해배상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200여 명의 서명을 받은 이 소송은 노점상들의 바가지 행위로 인한 이미지 실추와 매출 감소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조치입니다. 일반 점포 측은 "노점상인회가 상인 교육 없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며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노점상인회 측은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부 노점상의 문제가 전체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며, 소송이 제기될 경우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계획입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 과제
이번 갈등의 뿌리는 2023년 모듬전 바가지 사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에도 손님이 시키지 않은 고기를 추가해 2천 원을 더 받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반복되는 논란은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상인회 이원화 구조를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합니다. 동국대 여준상 교수는 "한쪽 상인회의 문제가 다른 쪽에도 피해로 이어진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중재와 상인회 통합을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현행법상 상인회 강제 통합이 어려운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종로구는 현재 양측 상인회장과 면담을 가졌지만, 아직 소송이 진행되지 않아 공식 개입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광장시장 전체의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조속한 갈등 해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광장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는 상인들 간의 화해와 협력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전통시장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인데, 이번 소송이 그 출발점이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