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조 환원에도 시장은 외면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 원 규모의 역대급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정규장이 열리자마자 주가는 8.7% 급락하며 25만 7천 원까지 밀렸는데요. 시장이 기대했던 규모는 150조 원에서 200조 원 사이였고, 실제 발표 내용은 이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결국 숫자는 역대 최대였지만 투자자들의 만족도는 오히려 바닥을 찍었습니다.
이번 하락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주 전반으로 번졌습니다. 삼성생명은 13% 넘게 폭락했고 삼성물산 역시 8% 가까이 밀렸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 6천억 원, 1조 2천억 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코스피 지수는 3% 이상 급락해 6,700선을 내주었습니다. 잉여현금흐름 산정 방식에 대한 투명성 논란까지 더해지며 매도세는 가중되었습니다.
SK하이닉스와 엇갈린 환원 방식
같은 시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SK하이닉스와의 비교가 이번 사태를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SK하이닉스는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직후 곧바로 실제 매입에 착수했죠.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30조 원 배당 외에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세부 내용은 10월이나 내년 1월까지 미뤄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주당 가치를 직접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히는데요. 하지만 삼성전자는 금산법상 10% 지분 보유 한도 때문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 구조와 맞물려 대규모 소각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법적 제약이 삼성전자의 손발을 묶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일각에서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중심으로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해결책은 아닙니다.
빠져나간 자금이 찾은 새로운 터
삼성전자에서 쏟아진 실망 매물은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코스닥 지수는 1.4% 상승하며 810선을 회복했는데, 특히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등 2차전지주가 강세를 보였죠. 한미약품의 대규모 라이선스 계약 소식에 제약·바이오 업종도 들썩였습니다. 반도체에서 이탈한 수급이 소외받던 업종으로 흘러간 전형적인 순환매 장세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1,382원대까지 내려가며 대외 환경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번 환원이 재료 소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 구체적인 집행 방안이 확정되면 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당장 눈앞에 구체성 없는 약속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