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70%의 목소리와 그 배경
정부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6%가 이 조치에 '매우 찬성' 또는 '대체로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50대의 찬성률이 72.9%로 가장 높았고, 수도권과 호남권에서도 7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이며 지역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죠. 이 같은 높은 지지율은 빠른 배송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이미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수도권과 같은 도심 지역의 강한 수요가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겁니다.
반면, 모든 목소리가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사에서 여성의 찬성률(63.7%)이 남성(71.4%)보다 약 8%포인트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온라인 장보기의 실수요자인 여성들이 배송 노동자의 작업 환경이나 삶의 질 문제를 더 고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70세 이상 고령층의 찬성률(61.0%)이 다른 연령대보다 낮은 것도 디지털 서비스 접근성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규제 완화,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이번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배경은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견제입니다. 기존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과 새벽배송을 금지해왔는데, 이로 인해 오프라인 대형마트는 온라인 판매에서 사실상 발이 묶인 상태였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온라인 판매에 한해 이 규제를 풀기로 방침을 정했죠.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의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는 유지하는, 이른바 ‘핀셋 개정’이라는 비판도 함께 따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우려의 목소리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서 나옵니다. 상인들은 이번 조치가 대규모 점포와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기존의 상생발전 협약 취지를 훼손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수원 못골시장의 한 상인은 온라인 주문에 익숙한 40~60대 중장년층 고객마저 편리함을 따라 시장을 떠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정부터 오전 10시는 전통시장이 신선식품을 공급하는 핵심 시간대라, 이 부분에 대한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겁니다. 노동계에서도 심야 배송 확대가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쿠팡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과로 사례를 재연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10년 간의 '규제 탓'과 미래의 경쟁력
흥미로운 점은 이번 논의가 단순한 규제 철폐를 넘어 국내 대형마트 산업의 근본적인 혁신 부재를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대형마트가 성장 정체의 원인을 규제 탓으로만 돌려왔다고 지적합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량 구매와 근거리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는 동안, 대형마트는 교외 대형 매장과 대용량 판매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죠. 국내 대형마트 산업의 지난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에 그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해외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은 규제 없이도 혁신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점이 대조적입니다. 미국 트레이더조는 높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독일 알디는 초저가 자체상품(PB)으로, 일본 돈키호테는 독특한 매장 구성으로 각자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국내 마트들이 규제 탓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결국 새벽배송 허용이 대형마트에 주는 것은 기회이자, 동시에 오랜 안주에 대한 경고장인 셈입니다. 이 조치가 단순히 쿠팡에 대한 대응을 넘어, 한국 유통 산업 전체가 소비자 변화와 기술 발전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의 시작점이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