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또다시 동결
한국전력공사는 2026년 1분기(1~3월) 연료비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가정용 요금은 11분기 연속, 산업용은 5분기 연속 동결된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변동성이 큰 연료비조정요금의 기준이 되는 단가가 동결됨에 따라 전체 요금도 변동 없이 유지되는 것이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간의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벙커C유 등 발전 연료 가격 변동을 반영해 분기마다 조정된다. 이번에도 실적연료비가 기준연료비보다 낮아 인하 요인이 발생했으나, 조정단가 상·하한이 ±5원/kWh로 제한되어 있고, 정부가 한전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현행 5원을 유지하도록 결정했다.
왜 또 동결인가
한전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도 요금 인상을 제한해오며 누적 영업적자 23조 원, 총부채 205조 원에 이르는 부담을 떠안았다. 올해 유가 하락으로 실적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과거의 적자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 동결 결정에 대해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물가 기조와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정치·경제적 변수를 감안한 측면도 있다.
정부는 한전에 연료비조정단가 동결과 함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한전 스스로 효율화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전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전기요금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기요금 정상화’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한전의 재정 악화로 인해 재생에너지 투자나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용과 주택용 요금은 2023년 5월 이후 인상되지 않아 산업용과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요금 체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개편, 지역별 차등제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코앞인 상반기에는 인상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편, 연료비조정단가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된다. 상·하한선이 존재해 실제 연료비 변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한전의 재무 건전성을 해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정부와 한전은 올해 안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기요금 동결이 당장의 가계와 기업 부담을 덜어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을 위한 요금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