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 사다리인가, 비아파트 가두리인가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핵심 중 하나인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만 39세 이하 생애최초 주택 구입 청년에게 4억 원 이하의 빌라나 오피스텔을 살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적용해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내용인데요. 정부는 월세 수준의 원리금 부담으로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첫발을 떼도록 돕겠다는 취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정책을 두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 의원은 이 대책이 주거 사다리를 요청한 청년들에게 오히려 가두리를 치는 격이라며 '청년 모독' 수준이라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그는 국토연구원 자료를 근거로 2030 세대의 79.7%가 선호 주택으로 아파트를 꼽은 반면, 비아파트 자가 비율은 4.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청년들의 실제 주거 선호도와 정책 방향이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월세 대신 내 집, 그 이면의 위험은
정부는 청년들이 2억 원을 30년 만기 연 3.0% 금리로 대출받으면 월 원리금 상환액이 약 85만 원으로, 비아파트 평균 월세와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향후 더 나은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마련하도록 돕겠다는 겁니다. 물론 아파트 구입을 원하는 청년은 일반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으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지원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이 정책의 가장 큰 쟁점은 비아파트 시장의 가격 안정성과 자산 가치에 있습니다. LTV 80%를 적용해 4억 원짜리 빌라를 매수하면 대출액이 상당히 커지는데, 집값이 20%만 하락해도 대출 상환 후 남는 자산이 거의 없어지는 자기자본 잠식 우려가 존재합니다. 고융자로 매수한 비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 청년들의 자산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아파트 구매 시 발생하는 취득세,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 부가적인 세금 부담까지 감안하면 실제 경제적 이득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사다리인가 가두리인가, 청년 주거 정책의 쟁점
안철수 의원은 청년들이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빌라 등에 거주할 뿐, 소득이 쌓이면 거주 여건과 환금성, 자산 가치를 고려해 아파트로 이동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비아파트 매입을 유도하며 사다리가 아닌 가두리를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일부 온라인에서는 이 정책이 4050 세대가 보유한 악성 비아파트 물량을 젊은 세대에게 떠넘기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 대책은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맞물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 공급 위축과 월세 전환 가속화가 우려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책의 취지와 실제 청년들이 체감하는 효과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마련된 이 대책이 실제로는 세대 간 갈등과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새로운 뇌관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보완에 관한 논의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