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40대도 피하지 못한 폭염
2026년 8월 첫 주말, 전국이 극한 폭염에 휩싸였습니다. 8월 1일과 2일 이틀 연속으로 온열질환자가 각각 114명과 108명 발생했는데요. 질병관리청 감시체계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8월 2일까지 누적 환자는 2,025명, 사망자는 16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폭염은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청장년층도 예외 없이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천 계양구에서는 40대 남성이 길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체온이 41.3도까지 치솟아 응급실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숨졌습니다. 부산에서도 80대 노인이 체온 41.7도로 발견되어 사망하는 등 전국적으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논밭과 길가, 폭염의 무방비 지대
온열질환은 특정 장소와 계층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 환자의 76.8%가 남성이었고, 65세 이상 고령층도 32.9%를 차지했습니다. 발생 장소를 보면 실외 작업장이 25.6%로 가장 많았고, 논밭 14.1%, 길가 12.3% 등 대부분이 야외였습니다.
전북 지역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정읍시 텃밭에서 작업하던 77세 남성이 열사병으로 쓰러져 보름간 중환자실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습니다. 앞서 김제시에서는 90대 노인 두 명이 각각 밭에서 일하다 숨졌고, 광주에서는 역대 최고 기온 속에서 40대 노동자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야외 노동 현장과 노인들의 생활권이 폭염에 가장 무방비로 노출된 취약 지대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쉼터는 있는데 닿지 않는 그늘
정부와 지자체는 무더위쉼터 운영과 취약계층 대상 점검에 나서고 있습니다. 부산시만 해도 무더위쉼터 1,498곳과 그늘막 1,609곳을 운영하며 살수차와 쿨링포그를 가동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쉼터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연세대 산학협력단 조사 결과, 취약계층의 59.1%가 무더위쉼터를 이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위치를 몰라서라는 응답이 33%로 가장 많았고, 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93.8%가 도보로 방문한다는 점은 거주지와의 물리적 거리가 생존과 직결됨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38도 이상의 극한 폭염에서는 집 안도 위험합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하루 최고기온이 38도를 넘으면 자택 내 온열질환자 발생 비율이 6%에서 12%로 두 배 이상 늘어납니다. 쉼터의 물리적 접근성과 취약계층의 인지도를 동시에 높이는 것이 급선무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