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 앞둔 병원과 180명의 운명
울산 반구대정신병원이 폐원을 앞두면서 수용자 180명의 거취가 큰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울산반구대정신병원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들의 생명과 안전,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는데요. 단순히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는 집단전원을 중단하고, 당사자 의사가 반영된 지역사회 복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공대위는 병원장을 비롯해 울주군보건소장, 울산시장, 부산시장, 보건복지부 장관 등 5명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부산시장이 포함된 건 병원 모법인인 동향원의 소재지가 부산이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공대위는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인권 상황 조사와 전환 지원을 요구했지만 실질적인 조치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구조적 문제로 번진 인권침해
이번 사태가 단순한 폐원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은 과거의 심각한 인권침해 기록에서 나옵니다. 2022년 이후에만 7명의 입원 환자가 사망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끔찍한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한 지적장애인은 약 2평 규모의 보호실에서 2,282시간, 다시 말해 약 96일 동안 연속 격리되었고 8차례의 강박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합동조사 결과 입원환자 202명 중 63.8%인 129명이 발달장애인이었으며,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우도 절반 미만에 그쳤습니다. 2022년 사망사건 전후로 11건의 추가 폭행이 방치된 사실도 밝혀졌는데요. 인권위는 병원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한 상태입니다. 공대위는 이런 비극이 수용 중심의 정책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전환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 요구
공대위는 폐원 전 민관합동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해 주거, 의료, 돌봄, 소득 등 구체적인 지역사회 생활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단순히 다른 정신병원으로 재수용하는 고리를 끊고, 당사자의 의사가 보장되는 전환 지원이 시급하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개별 의사 확인과 자립지원 욕구조사 선행, 입원 필요성 재판단, 공공후견 및 의사결정 지원 체계 마련 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망사건과 인권침해에 대한 전면적 실태조사와 책임 규명, 증거 보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한결 공동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즉각적인 개입을 호소했고, 권재은 사무국장은 재수용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 측은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이들의 향후 대응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