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FDA 발표에 미궁 빠진 기생충 감염 원인
미국 전역에서 7천여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한 사이클로스포리아증 감염 사태의 원인을 두고 혼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한 농산물 업체의 양상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가 실험실 결과가 위양성으로 나오면서 번복에 번복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정확한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관련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미국 34개 주에서 확진 사례가 발생한 대규모 기생충 감염병입니다. 사이클로스포리아증은 오염된 물이나 과일, 채소를 통해 전파되는 장 질환으로, 이번에는 대형 농산물 공급업체인 테일러팜스의 멕시코산 아이스버그 양상추가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FDA는 해당 양상추가 타코벨 등 외식 업체에 공급되며 전국적 감염을 유발했다고 밝혔고, 테일러팜스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27개 주에 유통된 제품을 리콜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갑자기 뒤집혔습니다. 테일러팜스의 양상추에서 기생충이 검출되었다는 초기 실험실 결과가 위양성으로 판정된 것입니다. 이에 테일러팜스 측은 FDA가 오판에 대해 사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FDA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SNS를 통해 역학조사와 발병 데이터는 여전히 테일러팜스의 양상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는데요. FDA는 위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오염이 없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이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원인 불명의 감염병, 외식 업계 덮치다
사실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피해는 소비자와 외식 업계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타코벨은 매장 방문객이 19%나 급감하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즉각적인 외식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또한 건강식 레스토랑 체인인 스윗그린과 카바 역시 미국 보건당국의 조사가 지속된다는 소식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채소를 주재료로 하는 업체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보건 이슈를 넘어 생존과 직결된 경제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테일러팜스는 현재까지 원인 기생충이 검출된 제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27개 주에서 리콜 조치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명확한 증거 없이 기업의 이미지와 실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테일러팜스는 리콜을 완료했고 위양성 결과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인 제공 업체로 낙인찍히고 있습니다. 반대로 FDA 입장에서는 7천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 대규모 감염 사태의 원인을 단정짓기에 실험 결과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발표가 오락가락하면서 소비자들은 어떤 음식이 안전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소비자 불안 커지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한 기업의 제품을 지목했다가 실험 결과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공신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감염병이 확산되는 와중에 원인 물질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 예방조차 어려워지는데요. 이번 사태는 미국 보건당국의 위기 대응 체계와 식품 안전망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습니다.
앞으로 보건당국이 보다 명확한 역학 조사 결과를 내놓기 전까지는 관련 기업들의 주가와 외식 업계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채소를 원료로 하는 식품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관리와 위생 검역 체계를 재점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미국 내에서 안전한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