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덮친 재앙
지난 8월 26일, 히말라야 랑탕 리룽 봉우리에서 빙하와 암반이 붕괴했습니다. 5,500m 고봉에서 낙하한 암석과 얼음이 3,000m 아래로 추락하며 시속 170~195km의 ‘퇴적물 중력류’가 발생한 겁니다.
7분 만에 국경 마을을 덮친 급류는 수위 관측소를 쓸어버려 경보가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부산대 김기범 교수는 “비도 오지 않았는데 홍수가 났다”는 현지인의 말을 전하며, 180km 떨어진 인도에서 시신 일부가 발견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방송인 수잔 샤키야는 현지인의 트라우마를 전했습니다.
기후 정의의 역설
이번 재앙으로 네팔은 7,400명 이상의 사망·실종과 10조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입었습니다. 1인당 GDP 1,000달러대의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 배출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는 기후 정의와 책임 분담이라는 국제사회의 숙제를 부각시킵니다.
네팔 정부는 UNFCCC 손실·피해 기금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확보된 자금은 4억 8,500만 달러에 불과해 재건 비용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발렌드라 샤 총리는 9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보상과 책임 분담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15세 소녀 체링 라모는 “내 마을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같은 날 서울 국회에서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2020년 청소년·시민의 헌법소원과 202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거쳐, 2035년 감축 53~61%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법률에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법 통과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김기범 교수는 조선시대 2,000여 건의 지진 기록과 400년 주기 대형 지진을 언급하며, 한국의 내진 설계가 검증된 사례가 없다고 경고합니다. 여의도·한강변 등 퇴적·모래 지반의 고층 건물은 지진파 증폭 위험이 큽니다. 개인의 실천과 정책 감시가 필요하며, ‘맑은 날에도 홍수가 날 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