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4명 중 1명만 '계층 이동 활발'…'금수저론'이 현실로 다가온 한국

조국쿠아
11개의 관련 기사

9달 전 수정 · 2026년 2월 8일 오후 10:17

발행: 2026년 2월 8일 오후 12:17

요약 생성중...

조사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만 한국 사회의 계층 이동이 활발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3.4%는 성공에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와 조부모 세대의 자산 영향까지 겹치며 계층 이동의 문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채용 공정성 회복과 교육 기회 균등을 통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계층 사다리가 사라진 걸까요

한국 사회에서 계층 간 이동이 활발하다고 느끼는 성인은 4명 중 1명에 불과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응답한 비율은 25.4%에 그쳤고, 절반 이상(59.2%)은 ‘보통’이라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15.4%는 아예 활발하지 않다고 보는 겁니다. 이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말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체감이 널리 퍼져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성공에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3.4%에 달했는데요, 이른바 ‘금수저론’이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과거와 비교해 보면 이 인식 변화는 더욱 뚜렷합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등장한 ‘다이내믹 코리아’ 슬로건은 빠른 경제 성장과 누구나 기회가 열려 있는 사회를 상징했지만, 지금은 그 역동성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한 상태입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부모의 그늘, 조부모의 유산까지

계층 이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조사 응답자들은 ‘부모의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43.4%) 다음으로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와 일자리 격차(17.3%)를 꼽았습니다. 좋은 일자리로 가는 길이 좁아지면서, 부모가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의 차이가 더욱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연구들은 학력만으로는 계층 상승이 어려워졌으며, 부모 세대를 넘어 조부모 세대의 자산, 특히 부동산 자산의 영향력까지 현재 세대의 지위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구조화된 불평등의 고리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절망적인 건 아닙니다. 같은 조사에서 ‘개인이 노력한다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 ‘높다’고 답한 사람도 42.5%나 됩니다. ‘보통’이라는 응답(50.7%)과 합치면, 절반 이상이 노력의 가치와 가능성을 여전히 믿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 믿음이 ‘교육’(54.4%)과 같은 특정 경로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 소득이나 자산을 통한 계층 상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한데요, 이는 기회의 통로가 다양하지 않고 좁아졌음을 반증합니다.

다시 계층 사다리를 세우려면

이런 인식의 변화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조사 응답자들은 ‘채용 공정성 회복’을 가장 먼저 꼽았습니다. 실력 중심의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그다음으로 ‘사교육비 경감 및 공교육 강화’가 중요 과제로 선정됐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사교육을 통해 학력 격차를 심화시키고, 이는 다시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교육, 일자리, 자산 형성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포괄적 정책과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같은 사회 구조적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Undynamic Korea’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한국 사회의 역동성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지금, 단편적인 지원보다는 무너진 계층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개인의 노력에 대한 믿음은 남아있지만, 그 믿음이 현실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