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범죄 1위' 괴담 뒤에 숨은 진실
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허위로 종결된 뒤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섬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 범죄율 전국 1위'라는 괴담까지 확산되면서 지역 혐오 조장 우려도 나오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경찰의 부실 대응에 있으며, 통계적으로도 제주가 강력범죄 1위는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실종 신고를 '셀프 종결'한 경찰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30대 경찰관은 지난 5월과 7월, 실종 신고를 받고도 당사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식의 거짓말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이 경찰관은 전산 시스템에서 실종자 자료까지 임의로 삭제했는데요. 이후 두 실종자 모두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그의 행위가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해당 경찰관은 구속된 상태로 이번 주 검찰에 송치되며,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범행 동기와 추가 피해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습니다. 특히 상급자가 허위 종결을 결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내부 지휘 체계의 허술함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정교한 매뉴얼을 뚫은 인력난과 통제 부재
사실 경찰은 과거 안양 초등학생 유괴 사건과 고유정 사건 이후 실종 대응 매뉴얼을 상당히 강화했습니다. 12시간 이내에 소재를 확인하지 못하면 합동심의를 열고, 종결 시 대면 확인과 관리자 결재를 거치도록 규정했죠. 그런데도 한 경찰관의 일탈로 시스템이 꿰뚫린 것입니다. 문제는 매뉴얼이 아니라 현장 담당자의 재량권을 감독할 내부 통제 시스템이 부실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실종팀 인력마저 2022년 848명에서 784명으로 줄고, 1인당 담당 건수는 146건에서 168건으로 늘면서 야간 1인 근무가 일상화됐습니다. 초기 12시간이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업무 부담 속에서 부실 조처가 반복될 위험이 커졌습니다. 경찰청은 비대면 종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인원 충원을 넘어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정치와 언론이 부추긴 지역 혐오
이번 사건을 두고 일부 정치인들은 근거 없이 중국인 범죄와 연결하며 혐오를 조장했습니다. 또한 일부 언론은 온라인 비하 용어인 '귤보디아'를 기사에 그대로 인용하며 제주를 범죄 조직의 근거지로 묘사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사건의 본질과 동떨어진 자극적 이슈에 편승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통계를 보면 제주의 인구 10만 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수치상 착시가 크고, 강력범죄는 전국 27위 수준입니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경찰 공무원의 무책임한 업무 처리와 이를 막지 못한 감독 체계의 허술함에 있습니다.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직 개편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