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에서 벌어진 나포 작전
지난 10월 12일, 프랑스 해군이 인도양 레위니옹섬 남쪽 약 830km 해상에서 유조선 DF 피크호를 검문·나포했습니다. 러시아의 제재 회피용 '그림자 함대' 소속으로 의심되는 선박인데요. 베냉 국기를 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허위 국기로 불법 연료를 운송한 혐의를 받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엑스에 7초짜리 검문 영상을 올리며 국제해양법에 따른 조치라며 전 세계 어디서든 그림자 함대에 맞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나포된 배는 2006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된 11만DWT급 유조선으로, 과거 '칼리닌그라드'라는 이름으로 운항하다 2025년 현재 이름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림자 함대의 실체
그림자 함대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석유 제재를 피하려 러시아가 비밀리에 운용하는 선박들입니다. 국적과 선명을 수시로 바꾸고 복잡한 소유 구조를 이용하는 게 전형적인 수법이죠.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이 제재 대상으로 관리하는 선박만 약 700척에 달합니다.
프랑스는 앞서 보라카이, 그린치, 타보르호에 이어 이번 배까지 단속하며 해상 통제를 넓히고 있습니다. EU 회원국은 제재 위반 선박의 화물을 몰수해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자금줄을 끊겠다는 유럽의 강경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미국과 유럽, 갈라지는 노선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프랑스의 나포를 '해적 행위'이자 '강도 짓'으로 규정하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한 겁니다. 푸틴 대통령은 주권과 사법권 침해라고 주장했고,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서방이 해적 행위를 부활시키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주목할 건 시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과 대규모 러시아산 경유 공급 계약을 발표하며 제재 완화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푸틴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비판했고,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트럼프를 겨냥해 새로운 제재를 촉구했습니다. EU는 미국과 관계없이 대러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같은 날 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100개 이상의 무기로 공습해 19개 지역이 피해를 입었고, 불가리아 연안에서는 화물선이 침몰했으며 폴란드에서는 스타링크 기지국이 불에 타 러시아 정보기관이 배후로 지목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