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해외 출장, 모두 부부 동반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재임 기간 중 다녀온 세 차례 해외 출장이 모두 부부 동반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4년 11월 독일과 에스토니아 방문, 2023년 11월 덴마크와 스웨덴 출장, 그리고 2022년 12월 호주와 뉴질랜드 일정 모두 배우자가 동행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쓰인 예산은 선관위 공금으로 집행됐습니다. 2023년 덴마크와 스웨덴 출장에는 9,053만 원, 2024년 독일과 에스토니아 출장에는 7,194만 원의 혈세가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외부에 공개된 사후 보고서에는 배우자 동반 사실이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선관위 측은 배우자가 공무원이 아니라 보고서에 넣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내부 계획서에는 부부 동반임이 명시돼 있었고 예산 역시 배우자를 포함한 인원 기준으로 책정됐습니다. 결국 세금으로 부부 여행 비용을 처리하고도, 대외적으로는 숨긴 셈이 된 겁니다.
몰디브와 코타키나발루까지, 혈세 낭비 논란
노 전 위원장의 출장은 외유성 논란도 받고 있습니다. 일정 대부분이 실무진 면담이나 대사관 방문, 참전비 헌화 등으로 채워져 실질적인 업무 성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선관위의 부실 행태가 이번에 처음 드러난 게 아닙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들은 몰디브와 코타키나발루 등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등 5년간 107회의 해외 출장에 24억 원의 예산을 썼습니다. 2022년 동유럽 출장에서는 선거 관련 기관 방문이 단 한 곳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관광 견학으로 채워졌습니다.
근태 관리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6·3 지방선거 당일 선관위원 9명 중 출근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고, 선거철 도피성 휴직자는 181명에 달했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개표 오류 등 총체적 무능이 드러난 와중에도, 선관위는 최근 5년간 직원들에게 102억 7,700만 원의 특별정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책임은 회피하고 보상은 챙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거섭니다.
자정 기능 상실한 선관위, 개혁 요구 거세져
이처럼 선관위 내부에서 도덕적 해이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모양새입니다. 감사관 배우자의 무신고 주식거래 의혹까지 더해지며, 조직의 자정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여야 의원들이 선관위 감사나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장의 예우 차원이었다고 해명하며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투표용지 사태 이후에도 외유성 출장과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단순한 사과나 다짐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국민의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린 선관위의 조직 문화와 예산 집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손보는 개혁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