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적힌 한 단어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가 손바닥에 포르투갈어로 '부패한(corrupto)'이라고 적어 공개했습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퍼포먼스였는데요. 방송 직후 여론은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문제는 그 단어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시청자들이 다르게 읽었다는 점입니다. 토론이 끝나자 소셜미디어에는 보우소나루가 스스로 부패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조롱이 쏟아졌습니다.
밈이 된 퍼포먼스
풍자는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코미디언 안토니우 타베트는 손바닥에 '예술가'라고 적은 사진을 올렸고, 간호사 카를라 에마누엘라 사크라멘토는 '1차 의료 간호사', 알레샨드르 파딜랴는 '의사'라고 적어 응수했습니다. 직업과 정체성을 손바닥에 적는 방식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진 겁니다.
룰라 대통령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자신과 가족의 은행 거래 내역, 통화 기록을 선거관리 당국이 열람하도록 하겠다며 보우소나루도 같은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부패 의혹을 정면 쟁점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인데요.
사실 보우소나루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로, 쿠데타 모의를 비롯한 여러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습니다. 다만 아직 유죄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공격의 근거가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 있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결선투표를 앞둔 변수
중남미 정치 전문가 제임스 보스워스는 이번 퍼포먼스를 두고 '기발했지만 치명적 실수'라고 평가했습니다. 토론 전만 해도 승부수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정치 경력에 지울 수 없는 밈 이미지를 남겼다는 겁니다.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는 200만 표 이상 차이로 예상을 뒤엎고 앞섰습니다. 다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 오는 25일 결선 투표에서 룰라와 다시 맞붙습니다. 막판 승부를 앞두고 한 번의 퍼포먼스가 판도를 흔든 장면으로 남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