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5시간 벽을 넘는 일본
일본 정부가 기업의 초과근무 제한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후생노동성은 오는 9월 1일부터 기존의 시간외근로 행정지도 방식을 변경해, 노사 간 특별조항이 있는 경우 월 100시간 미만까지 잔업을 허용할 방침입니다. 이전에는 가급적 월 45시간 이내로 억제하도록 기업을 지도했는데요, 이제는 원칙적으로 노사 합의와 근로자 건강 보호 조치 이행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이는 사실상 월 45시간이라는 관행적 상한선이 무너지는 셈입니다.
이번 조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노동 규제 유연화 기조의 일환입니다.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부터 노동시간 규제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으며, 성장전략과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에도 관련 내용을 담았습니다. 일본의 법정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한국과 같지만, 특별조항을 통해 연간 720시간, 월 100시간 미만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한 구조였는데요. 그동안 행정지도가 이를 제약하다 보니 기업들이 실질적인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경영계 환영, 노동계는 '가로시' 우려
규제 완화에 대해 경영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이나 성수기 집중근무가 필요한 업종에서는 기업 활동 위축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일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더 많은 근로 시간을 원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이 정부의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반면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를 비롯한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월 45시간 제한이 과로사 예방을 위한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장시간 노동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후생노동성 조사에서 근로자의 93%가 적정 초과근무 시간을 월 45시간 이하로 꼽았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특히 2018년 덴쓰 신입사원의 과로사 이후 강화되었던 장시간 노동 규제가 다시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에도 파장...R&D 근로시간 논쟁 점화
이번 일본의 규제 완화가 한국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입니다. 양국은 법정 근무시간은 같지만 관리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는데요. 한국은 주 52시간이라는 단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반면, 일본은 연간 총량을 관리하며 특정 시기의 집중근무를 허용하는 편입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한국의 반도체 등 첨단 R&D 기업들은 현재 제도로는 집중적인 기술개발 시기에 인력을 유연하게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과 선택근로제 확대를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의 제도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이번 조치가 한국 내에서도 근로시간 규제 개선에 대한 찬반 논쟁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 모두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노동자의 건강한 삶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