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분기 연속 동결…여름철 전기요금 움직임 없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3분기 전기요금이 현재 수준에서 동결되었습니다. 한국전력은 정부 통보에 따라 7월부터 9월까지 연료비 조정단가를 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사실 이번 분기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가 기준으로는 마이너스 3.4원의 인하 요인이 발생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않고 기존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로써 연료비 조정단가는 2022년 3분기 이후 무려 17분기 연속 같은 수준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용 요금은 13분기, 산업용 요금은 7분기 연속으로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여름철 냉방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에서는 시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 동결이 누군가에게는 다른 형태의 부담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206조 원 부채 앞에 선 요금 인상 딜레마
이번 동결의 배경에는 한국전력의 엄청난 재무 부담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한전의 총부채는 206조 원에 달하며, 하루 평균 이자 비용만 120억 원이 넘는 상황입니다. 누적 영업적자도 36조 원을 상회하고 있어, 요금에 연료비 변동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채 손실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겁니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원래 분기별로 국제 유가와 LNG 가격 변동을 반영해 최대 플러스 마이너스 5원 범위 내에서 조정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한전은 오랜 기간 상한선인 플러스 5원을 유지하면서 미조정액을 계속 쌓아오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를 고려하면 요금 인상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동결 정책이 한전의 재무 건전성을 희생하면서까지 유지되어야 하는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요금 체계 개편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
산업계에서는 단순한 요금 동결이 오히려 시장의 가격 신호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은 전기요금 부담이 계속 쌓이면서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산업용과 일반용 요금을 차등화하고, 지역별로도 다른 요금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반대로 소비자 측에서는 전기 사용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매기는 계시별 요금제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46%가 계시별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실제 가입 의향도 41%에 달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캐나다 온타리오처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시간대에 수요를 집중시키면 전력 낭비도 줄이고 가계 부담 완화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동결이 아니라,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도 소비자와 산업계의 부담을 공정하게 분담할 수 있는 요금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입니다. 정부가 SMP 상한제 같은 시장 개입을 확대하기보다는, 연료비 변동을 적기에 반영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전력 시장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