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풍력발전기, 강풍 아닌데도 무너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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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달 전 수정 · 2026년 2월 4일 오전 12:48

발행: 2026년 2월 3일 오후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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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과 전남 영암에서 잇따라 풍력발전기 붕괴 및 부품 낙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전기는 설계 수명을 넘겼지만 안전 진단을 통과한 상태였으며, 당시 풍속은 가동 중지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시공 결함과 미흡한 점검 시스템을 지적하며, 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도로를 덮친 78m짜리 거인

경북 영덕군 풍력발전단지에서 78m 높이의 풍력발전기가 기둥이 꺾여 도로 위로 무너졌습니다. 사고는 지난 2일 오후 발생했는데요, 수십 톤의 강철 지지대와 탄소섬유 날개 조각들이 도로를 덮치는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때 지나가던 차량은 간발의 차로 피했고,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전남 영암군에서도 풍력발전기 날개가 갑자기 떨어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잇단 사고에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고 당시 영덕의 풍속은 초속 12.4m로 측정됐습니다. 풍력발전기는 보통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불면 자동으로 가동이 중지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즉,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강풍'은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세기였던 거죠. 무너진 발전기는 2005년에 설치되어, 설계 수명인 20년을 이미 넘긴 상태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발전기가 지난해 미국 공인 인증기관 두 곳으로부터 안전 진단을 받고 '양호'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수명은 다했지만 안전하다고 인증받은 시설이, 기준치도 안 되는 바람에 무너진 겁니다.

숨겨진 결함, 미흡한 점검

이번 영덕 사고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전남 화순에서는 완공된 지 2년도 채 안 된 신형 풍력발전기가 두 동강 났고, 2016년 강원 태백에서는 설치된 지 4년 된 발전기가 무너졌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설계나 제조 문제보다는 시공 과정에서의 접합부 강도 미달이나 품질 관리 문제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에서 제작된 기기를 국내 업체가 현장에서 조립하며 생길 수 있는 결함이죠.

한국재난안전기술원 관계자는 현재의 안전 점검 기준이 '크로스 체크'가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즉, 제조사나 운영사의 자체 점검에만 의존하기보다, 독립적인 제3의 전문기관이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노후화된 발전기의 경우, 단순히 외관을 보거나 제한된 부위만 검사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내부 피로 누적이나 미세 균열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영덕군은 사고 직후 해당 발전단지의 모든 24기 발전기 가동을 전면 중지하고 전문가 합동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신뢰를 지키려면

이번 사고는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가적 목표 앞에 놓인 현실적인 난제를 드러냈습니다. 풍력발전은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지만, 안전하지 않다면 사회적 수용성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동일 모델의 전국 모든 발전기에 대한 긴급 점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전망을 살펴보면, 가장 시급한 건 명확한 원인 규명입니다. 블레이드 파손이 먼저였는지, 지지대 구조 결함이 있었는지에 따라 향후 관리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노후 시설에 대한 명확한 폐기 또는 성능 강화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수명을 넘긴 발전기를 계속 운영할 때는 어떤 강화된 점검을 받아야 하는지, 언제는 철저히 교체해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기술적 기준이 모호한 실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시공부터 운영, 점검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기록하는 디지털 플랫폼 도입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풍력발전기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공공 안전과 직결된 대형 인프라라는 인식이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