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 뒤 찾아온 숨 고르기
최근 미국 반도체주들이 단기간에 급등한 뒤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샌디스크는 각각 269%, 727%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으나 이후 13% 이상 급락했고, 마벨 테크놀로지도 9% 이상 하락했습니다. 미즈호의 대니얼 오리건은 펀더멘털은 강하지만 6개월 만에 주가가 두 배로 뛴 급등세가 필연적인 조정을 불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하락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을 넘어 4가지 악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첫째는 과열 인식이고, 둘째는 연준의 매파적 전환입니다. FOMC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 85%까지 반영되면서 기술주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습니다. 셋째는 AI 수익화 불확실성이며, 넷째는 분기 말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급등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트럼프 AI 경제 구상도 시험대
이번 주가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AI 중심 경제 구상에도 큰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주가는 고점 대비 20% 급락하며 한때 공모가를 밑돌기도 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재 시장에 위험 신호가 너무 많다며 이익 확정을 권고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기업 성장을 통해 고소득층의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이른바 부의 효과를 노렸는데요. 주가 랠리가 둔화하면서 이러한 기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올해 AI 인프라 투자액이 약 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마존과 구글 등 대규모 클라우드 기업들이 투입한 막대한 자본이 언제 회수될지 불투명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DeepSeek와 같은 비용 효율적인 대안을 검토 중이며, 중국의 오픈소스 AI 모델과 토큰 최소화 전략이 확산되면서 고비용 AI 투자가 실질적인 고수익으로 연결될지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거시 경제적 압박도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장을 추진하는 AI 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다
단기적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장기 시각은 상당히 낙관적입니다. 댄 아이브스는 이번 조정을 AI 혁명의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숨 고르기로 평가했으며, 베누 크리슈나와 토마스 캐롤은 S&P500 지수가 7,8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경제의 견고한 기초와 기술 기업의 성장세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겁니다.
톰 리와 리사 샬렛 등은 금리 인상이 반도체주에 더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 역시 경기 순환적 특성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하락은 연초 이후 나스닥100 지수가 16% 넘게 상승한 상태에서 나온 차익 실현 성격이 짙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9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보도로 9.8% 급등하며 미국 반도체주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지역별 시장의 펀더멘털과 투자 심리가 차이를 보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시장이 단기적인 소음에 흔들리고 있지만, AI라는 구조적 성장 동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장기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미래를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