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1위라는 오명, 드디어 꺾이나
올해 상반기 국내 자살 사망자가 6,27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910명이나 줄어든 수치인데요. 정부는 이를 두고 자살률이 10% 이상 감소했다며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예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숨 돌리기엔 이릅니다. 한국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24년 한 해에만 1만 4,87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고통의 규모는 여전히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정신건강 넘어 채무와 고립까지
정부는 이제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접근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자살률을 현재보다 30%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정신건강 치료에만 머물지 않고 채무, 빈곤, 고립, 돌봄 부담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을 직접 차단하는 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채무 지원을 전담하는 신용회복위원회를 중심으로 개인회생 및 파산 지원을 확대하고, 채무대리인 무료선임 제도를 통해 채무자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습니다. 국가자살대응실을 신설해 경찰과 소방, 자살예방센터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체계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예산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할 숙제
정부의 의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올해 자살예방 예산은 기존 562억 원에서 708억 원으로 20% 넘게 늘렸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더욱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생명운동연대 등 33개 시민단체는 국가자살예방기금의 조속한 설치와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전국 지자체의 자살예방계획 수립을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정책의 방향은 잡혔지만 예산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의 변화는 요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와 돌봄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영역인 만큼, 편견을 버리고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