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금리 인상, 일본 경제의 변곡점
12월,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렸다. 1995년 이후 30년 만에 0.5%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장기 초저금리 시대를 끝내는 이번 결정은 물가 상승과 디플레이션 탈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에선 온도차가 존재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엔저를 통한 수출 경쟁력 강화를 원하며 아베노믹스 재추진을 꾀하고 있다. 반면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적 균열은 엔/달러 환율의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 국채금리는 18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세대 간 경제 격차, 더 벌어질까
금리 인상의 파장은 가계에도 고르지 않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일본에서는 노년층의 예금이 크게 불어났다. 60세 이상 가구의 예금은 30년 만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20대 가구의 대출 규모는 2조7000억 엔(약 25조 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세대 간 불균형은 저금리 환경에서 더욱 심화됐고,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젊은층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정책적 지원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엔·달러·원, 환율 파동에 한국도 긴장
일본의 금리 인상은 국제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싼 이자로 엔을 빌려 해외 투자에 나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본국으로 회수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약 300조 원 규모의 자금이 움직일 수 있다. 이는 세계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엔화 강세가 원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로 인해 오히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위험도 있다. 최근 트럼프 미국 정부가 강달러 기조로 선회하면서 엔/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은 일본의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필수 조치이지만, 세대 간 갈등과 환율 불안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다. 향후 일본은행과 정부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한국 역시 일본의 금융정책 변화에 따른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