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직원 대비 임원 비중이 올해 0.83%로 집계됐습니다. 직원 121명당 임원 1명꼴이라는 뜻인데요. 한국CXO연구소가 100대 기업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직원 86만2163명 가운데 미등기임원은 7137명이었습니다. 지난해 0.82%에서 0.01%포인트 오른 수치로, 2022년 이후 5년 연속 0.8%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임원 수는 109명(1.6%) 늘었지만 직원도 1087명 늘면서, 승진 문턱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셈입니다.
109명 중 72명이 한 회사
올해 임원 지형을 움직인 건 SK하이닉스입니다. 미등기임원이 203명에서 275명으로 72명(35.5%) 늘었는데, 100대 기업 전체 순증 인원 109명의 66.1%를 혼자 차지했습니다. 한 회사의 조직 확대가 전체 통계를 끌어올린 구조인 겁니다.
배경에는 실적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60조5426억원, 영업이익률 76.3%를 기록했습니다. 오는 28일 발표될 3분기 영업이익도 76조원대 후반으로 전망됩니다. 회사는 미주 HBM 전담 기술조직과 커스텀 HBM 패키징 수율·품질 전담조직, 글로벌 AI 리서치센터 등을 신설하며 조직을 키웠습니다. 임원 1명당 직원 수는 120.8명으로, 지난해 122.5명에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반대 방향도 뚜렷합니다. 현대차는 476명에서 451명으로 25명, LG전자는 306명에서 287명으로 19명 줄었습니다. KT는 17명, 삼성SDI는 16명 감소했습니다. 조사 대상 100곳 중 52곳이 임원을 늘리고 38곳이 줄였으니, 늘리는 곳과 줄이는 곳의 방향 차이가 뚜렷합니다. HD현대중공업은 합병 효과로 23명, 대한항공은 12명, 미래에셋증권은 11명 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왜 그대로였나
미등기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로 1108명입니다. 다만 전년 대비 증가폭은 1명에 그쳤고, 직원 수는 324명 줄어 임원 1명당 직원은 116.6명으로 낮아졌습니다. 같은 반도체 호황을 누렸는데도 조직 운영 방식은 정반대였던 셈입니다. 연구소 측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중심 사업 확장에 맞춰 조직을 키운 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넓어 기존 규모 유지에 무게를 뒀다고 분석했습니다.
업종별로 갈리는 승진 문턱
업종 간 격차는 더 큽니다. 증권업은 직원 39.8명당 임원 1명으로 문턱이 가장 낮았고, 무역업 54.8명, 석유화학 63.8명, 보험 72.4명이 뒤를 이었습니다. 반대로 유통업은 320.3명당 1명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마트는 직원 2만2428명에 미등기임원 34명으로 659.6명당 1명, 비율 0.15%에 그쳤습니다. 매장과 판매 현장 인력이 많은 업종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관심은 다시 SK하이닉스로 쏠립니다. LG전자와의 임원 수 격차가 지난해 103명에서 올해 12명으로 좁혀진 만큼, 이 추세가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