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료의 빈틈을 채우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뇌졸중 진료에서는 야간과 중소병원의 취약점을, 1차 의료에서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겨냥한 겁니다. 두 연구 모두 AI가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뇌졸중 진료, 시간과 인력의 벽 허문다
선우준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급성 뇌졸중 진료의 '시간·인력·판독·신뢰' 네 가지 빈틈을 지적했습니다. 국내 대형 뇌졸중센터 11곳을 분석한 결과, 야간 환자가 주간보다 빨리 도착했는데도 기계적 혈전제거술까지 걸리는 시간(DTP)은 14분 더 길었습니다. AI는 비조영 CT를 즉시 판독해 출혈 여부와 대혈관 폐색 가능성을 판단, 전원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도록 돕습니다. 실제로 분당서울대병원과 이천병원이 운영하는 실시간 전원 네트워크에서는 3시간 이내 전원 비율이 66%에서 80%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AI는 MRI 판독에서 기존에 놓친 미세 병변 80%를 찾아내 민감도를 99% 후반까지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1차 의료와 대형병원 잇는 '디지털 다리'
정세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은 AI 기반 '1.5차 의료체계' 모델을 국제 학술지 'npj 헬스 시스템'에 발표했습니다. AI가 1차 의료기관과 대형병원 사이에서 디지털 다리 역할을 하며 첫 관문, 진료 조율, 포괄적 진료, 지속적 관리 네 가지 기능을 강화한다는 겁니다. 호주에서는 AI 안저 검사로 신규 환자 11.2%를 발견했고, 진료 의뢰서 자동 작성 정확도는 99.25%에 달했습니다. 당뇨병 관리에서는 AI 맞춤형 생활습관 교정을 결합한 임상시험에서 환자 71%가 약물 없이 정상 혈당을 유지하거나 복용량을 줄였습니다. 연구팀은 AI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두 연구 모두 AI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선우 교수는 AI가 진료 보상과 급여에 연결되려면 단순 진단 정확도를 넘어 환자 예후 개선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료현장과 산업계, 제도적 지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은 EMR 보급률 95% 이상, 전 국민 건강보험이라는 인프라를 갖췄지만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18회로 OECD 평균의 3배에 달합니다. AI를 활용한 1.5차 의료체계가 대형병원 쏠림을 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