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기후악당' 오명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이 국제사회에서 또다시 최하위권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독일 비영리연구소 등이 발표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26'에서 우리나라는 67개국 중 63위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실질적으로 60위에 해당하는 순위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같은 산유국보다도 낮은 성적입니다. 14년 연속 최하위권을 맴도는 이 결과는 한국의 기후 대응이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표와 현실 사이의 간극
정부는 지난 COP30에서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새로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CCPI 보고서는 이 목표가 파리협정의 1.5℃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는데요. 더 큰 문제는 목표 설정 자체가 아니라 실행 계획의 부재입니다.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전력 생산의 8%에 불과하고, 배출권거래제에서는 탄소 가격을 낮추는 과잉 할당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구조적 문제점들
한국의 기후 대응이 부진한 데는 여러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산업 부문의 감축 노력이 특히 미흡한 가운데,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배출권 무상 할당은 기업들의 탄소 감축 동기를 약화시키고, 화석연료에 대한 세제 혜택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또한 2050년 탄소중립 장기전략이 해외 감축분과 탄소포집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실질적인 국내 감축 노력을 회피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변화의 신호와 과제
물론 긍정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상풍력특별법 제정 논의, 2040년 석탄발전 폐지 목표 설정,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이 대표적인데요. 문제는 이러한 계획들이 구체적인 실행 메커니즘과 강제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무상할당을 대폭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실행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기후 대응이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국가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과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