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만 관객 돌파, 논란의 시작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이 지난 9월 23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누적 관객 156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다룹니다.
문제는 영화의 설정입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이 사건은 북한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의 지령을 받은 재일교포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중앙정보부와 박정희 전 대통령 측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논란의 불씨를 지폈습니다.
정치권으로 번진 공방
논란은 영화를 넘어 정치권으로 번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의원은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육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로 묘사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를 두고 역사 왜곡이자 정치 선동이라고 비판했고, 박정희 기념재단은 공식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영화가 픽션이라는 점을 앞세워 비판을 두둔했습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을 공작이라고 맞받았고, 최민희 의원은 암살자들은 픽션이라며 보러 가야겠다고 공개 반박했습니다. 한동훈 의원은 5·18이 북한 소행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면 어땠겠느냐며 비판할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국회에서도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관련 질의를 쏟아냈지만, 최 장관은 비상식적인 질문이라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역사와 창작 사이
역사학자 심용환 소장은 영화의 역사적 근거와 시대 고증이 부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확인 가능한 사실은 문세광 저격 사건뿐이며, 박 전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설정은 논리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1970년대 시대상 재현도 미흡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그는 이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에 대해서는 영화는 영화로 즐기면 될 일이라며 민망한 논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제작진 역시 감춰졌던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진실, 인격권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가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