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은 지났지만 여전히 위험한 무더위
8월 초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5일 225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온열질환자가 8월 8일에는 131명으로 줄었는데요. 경기도 등 일부 지역은 폭염경보가 주의보로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방심하기엔 이릅니다. 8월 1일부터 8일 사이에만 전체 누적 환자 3,200여 명 중 43.9%가 집중됐고, 사망자도 같은 기간 12명이 추가되어 전체 사망자의 40%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서울은 8월 7일 하루에 온열질환자 35명이 발생하며 올해 일일 최다 기록을 세웠고, 이 중 2명이 숨졌습니다. 6월 29일 이후 39일 만에 나온 사망자 기록이라 도심의 폭염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찾아오는 죽음
이번 폭염의 특징은 발생 장소가 실외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에어컨과 선풍기가 모두 꺼진 상태에서 80대 여성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결국 사망했습니다. 중랑구의 길가에서도 50대 남성이 구토와 이상 행동을 보이다 숨졌는데, 두 사람 모두 기저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온열질환자의 61.1%가 열탈진이었고, 발생 장소는 실외가 7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집 안에서 발생한 경우도 9.4%에 달했는데요. 더위가 익숙해졌다고 냉방기를 끄거나 환기에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환자의 35.7%를 차지한 만큼, 독거노인과 쪽방 주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자체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환자는 줄었지만 사망자는 늘었다
올해 폭염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적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3,360명에서 올해 3,089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는데, 사망자는 21명에서 28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폭염의 치명률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입추 이후에도 늦더위가 길어지면서,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입추 뒤 온열질환자가 과거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인명 피해 외에도 축산과 수산 분야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닭 등 가축 90만 마리 이상이 폐사했고, 양식 어류는 8월 8일 하루에만 31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누적 117만 마리를 넘어섰습니다. 전문가들은 땀을 흘렸을 때 소금보다 물 섭취가 먼저라며, 특히 고혈압과 당뇨 환자들이 탈수로 인한 심뇌혈관질환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폭염이 한풀 꺾였다고 해도 수분 섭취와 쉼터 이용은 계속해서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