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판결, 그리고 고발장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이 뒤집혔습니다. 서울고법 형사7부를 맡은 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23일 1심이 선고한 벌금 1천만 원과 추징금 2천100만 원을 파기하고 무죄를 판단했는데요. 벌금 1천만 원은 그 자체로 시장직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형량이었던 만큼, 파급력이 작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닷새 뒤인 10월 28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과 김경호 변호사가 중대범죄수사청에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적용된 혐의는 법왜곡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입니다. 무죄 판결 자체가 형사 사안으로 비화한 셈입니다.
"법에 없는 요건을 만들었다"
고발의 핵심은 판결문의 논리 구성입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1심 유죄 판단을 뒤집으면서 기부자와 수수자를 구분하는, 법에 명시되지 않은 요건을 새로 들이댔다고 봅니다. 김한정 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낸 사실은 인정되지만 오세훈 측의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정치자금 기부로 보지 않은 대목을 문제 삼는 겁니다.
사세행은 명태균 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룬 태도도 함께 지적합니다. 같은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얽힌 무상 여론조사 사건에서도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을 근거로, 특정 진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증거가 해석됐다는 주장을 폅니다.
다만 법왜곡죄가 성립하려면 판사가 고의로 법을 왜곡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합니다. 판결의 결론이 틀렸다는 것과 판사가 의도적으로 법을 비틀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만큼, 넘어야 할 입증의 문턱은 낮지 않습니다.
수사로 옮겨붙은 공방
중수청법은 법왜곡죄를 중대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첩요구권을 행사하면 사건은 중수청으로 넘어갑니다. 수사가 본격화되면 판결문의 논리와 증거 판단 과정이 다시 검증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반대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판결에 불복한 쪽이 형사 고발로 맞대응하는 흐름이 굳어지면 법관이 판결 자체를 두고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번 고발은 항소심 선고가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법정 밖에서 이어졌습니다. 판결의 정당성을 둘러싼 다툼이 법원 안에서 법원 밖으로 옮겨붙은 모양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