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륨 수출 금지에 중동 리스크까지 겹쳤다
중국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의 핵심 소재인 헬륨 수출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현지시간 7월 10일 대외무역법을 근거로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희토류와 갈륨, 게르마늄에 이어 전략물자 통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헬륨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냉각제로 쓰이는 필수 물질입니다. 세계 공급량의 33% 이상을 차지하는 카타르산 헬륨은 이미 미국과 이란의 중동 분쟁으로 물동량이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마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습니다.
단기 재고로 버티지만 중기 과제는 남았다
당연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대응 상황이 주목됩니다. 다행히 주요 업체들은 평균 3개월 이상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대형 공장에서 헬륨 재활용률이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완전 대체가 불가능한 물질인 만큼, 장기적인 설비 투자 부담은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단기적 공급 차질은 피했지만, 원가 상승이라는 중기적 부담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원가 민감도가 높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비용 상승분을 고객사에 전가하기 어려워 파운드리 업체보다 마진 압박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이나 AI 인프라 제품의 가격 인하가 늦어질 우려도 나옵니다.
치열해지는 동아시아 반도체 경쟁
이런 공급망 충격 속에서 주변국의 반도체 경쟁력은 더욱 도드라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소재와 부품, 장비 산업의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관련 ETF 수익률이 1년 새 100%를 넘었고, 정부는 10조 엔을 투입하며 반도체 생태계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대만 역시 AI 반도체 수요 폭발로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수출액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메가특구 내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규제 완화를 검토하며 기술력 확보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TSMC가 삼성전자를 따돌리기 위해 가동했던 연장 근무 프로젝트나 미국, 일본의 전문직 규제 완화와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인재 확보와 정주 여건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역시 규제 완화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양질의 교육과 주거 환경 조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헬륨 공급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미국과 카타르산 도입을 확대하는 기준 시나리오가 유력하지만,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과 함께 반도체 주가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공급망 안정과 기술 경쟁력 확보, 어느 쪽도 소홀할 수 없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