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이자도 못 버는 기업, 다섯 곳 중 한 곳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비금융법인 외감기업 2만9468곳 가운데 5632곳이 한계기업으로 분류됐습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진 기업인데요. 비중으로 따지면 19.1%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금리 부담은 숫자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때마다 가계 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 기업은 3조7000억원씩 늘어 총 7조원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추정입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약 5개월, 은행 연체율은 15개월 뒤에 가장 크게 반응한다고 봤습니다.
취약한 곳부터 먼저 흔들린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이 43.7%로 가장 높고 숙박·음식업이 28.4%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도체 호조로 대기업 이자보상배율은 5.4배에서 14.3배로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은 마이너스(-0.4)에서 -0.8로 더 나빠졌습니다. 같은 고금리인데 버티는 곳과 무너지는 곳의 격차가 벌어진 겁니다.
자영업자 상황도 비슷합니다. 6월 말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99%로 장기 평균 1.60%를 웃돌았고, 비은행권 대출 자영업자는 3.86%, 여러 금융기관에서 빌린 취약 자영업자는 12.71%에 달했습니다. 같은 7등급이라도 자영업자 연체율이 6.58%로 기업대출 3.20%의 두 배가 넘는 격차도 확인됩니다.
집값 기대와 금리, 풀리지 않는 딜레마
금융취약성지수는 46.5로 9개 분기 연속 올라 코로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융불안지수는 19.5로 주의 범위에 머물렀습니다.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2000조원에 육박했고,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가 취약성을 키우는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은은 금리 인상이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다주택자들은 서울 아파트 상승률이 8.2%로 예상될 때 매도 비중이 8.9%에 그쳤지만, 1.1%로 낮아지면 30.4%까지 올라갑니다. 양도세를 깎아줘도 집값이 오를 것 같으면 집을 팔지 않는다는 겁니다. 부동산 과열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그 충격은 취약한 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먼저 돌아가는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