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돌파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 4월 19일 오전 9시 휘발유 전국 평균가는 2001.93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2022년 7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던 시기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경유 가격도 1995.62원으로 2000원 선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지역은 휘발유 2035원, 경유 2020원에 달해 다른 지역보다 더 높은 가격 부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이 가격을 밀어올렸다
이번 기름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정세입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두고 ‘개방-재봉쇄’를 번복하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 국제 유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교통로인데요, 이곳이 봉쇄될 경우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유가가 급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정유사의 원유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며, 결국 주유소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사실 국제 유가는 지난 18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을 일시 해제하자 두바이유, 브렌트유 등이 9% 이상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국제 시장의 움직임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정유사가 원유를 구매해 정제하여 주유소에 공급하기까지는 보통 2~3주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결국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유소 가격이 오르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응과 소비자의 부담
고유가가 지속되자 정부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중동 정세 불안에 대비해 원유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고, 특히 미국산 원유의 비중을 늘려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입니다. 동시에 정부는 오는 24일 새로운 ‘석유 최고가격’을 지정할 예정인데요, 이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 상한선을 규제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10일에는 휴전 발표로 유가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 가격을 동결했지만, 이번에는 휘발유 평균가가 2000원을 넘은 상황이라 인상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결정은 소비자의 가격 부담 완화와 정유사의 합리적인 공급 유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는 운송비 증가와 물가 상승 등 2차 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었고, 지역별·주유소별 가격 차이도 커 합리적인 주유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당분간 고유가 지속 가능성
앞으로 기름값 흐름을 예측해보면, 단기적으로는 하락보다는 현재의 높은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국제 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소식에 하락했지만, 이 조치가 영구적이지 않고 중동 정세 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고, 해협 통행이 완전히 정상화되더라도 물류 체계가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국제 시장의 하락세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려면 앞서 말한 2~3주가 걸립니다. 따라서 오는 5월 초중순까지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주유소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도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는데요, 이는 중동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수요 회복 속도 등 복합적 요인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당분간 유가 변동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부의 공급 안정화 정책과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